Prologue''''아이들이 목청을 높여 부르는 생일 축하 노래에 손뼉소리가 섞여 창을 흘러나왔다. 흥겨움에 한껏 고조된 안의 분위기와는 달리 창 옆 벽에 기대어 서 있는 아이의 눈빛은 그 나이에 맞지 않게 어두웠다. 두꺼운 도화지로 만든 고깔모자를 내려다보던 아이가 그것을 흙먼지 이는 바닥에 세게 던졌다. 또르르 굴러가던 고깔모자가 좌우로 몸을 흔들더니 곧 움직임을 멈췄다. 그 모양을 바라보며 아이가 얇은 입술을 일그러뜨릴 때였다. 바닥에 길게 그림자가 드리우자 아이가 고깔모자에 향해있던 시선을 정면으로 돌렸다. '“여기서 뭐해? 수녀님이 들어오래. 요한, 너도 이번 달에 생일이잖아.”'통통한 볼 옆으로 머리를 가지런히 묶은 여자아이를 보며 요한이 코웃음을 쳤다. '“생일? 그게 정말 내 생일일리 없잖아.”'냉랭한 어조에 여자아이가 볼을 붉히며, 당황한 듯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런 것도 개의치 않고 말을 잇는 요한의 눈동자는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만큼 시리기만 했다. '“꺼져. 너나 들어가서 가짜 생일 파티하면서 즐거워해! 난 안 들어가.”'결국, 요한의 말에 여자아이가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순해 보이는 눈에 한가득 눈물을 담은 아이가 수녀님을 부르며 도망치듯 안으로 들어가 버리자 요한이 신경질적으로 바닥의 흙을 신발로 쳐내기 시작했다. '“가짜 생일 따위 필요 없어.”'그때, 요한의 중얼거림에 답하듯 옆에 있는 커다란 나무 뒤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있다는 생각에 요한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나무 뒤에 있던 아이가 천천히 고개를 내밀며 입술 한쪽을 말아 올렸다.'“너도 생일파티가 싫어서 도망 나왔구나. 우리들이 알고 있는 생일은 어차피 다 가짜인데, 왜 매번 파티를 한다고 난리를 치는지 모르겠어.”'요한이 앞에 서 있는 아이를 향해 아무런 감정도 담겨있지 않은 시선을 던졌다. '“너도 꺼져.”'요한은 꿈쩍도 하지 않는 아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평소에도 눈이 마주칠 때면 비아냥거리는 것처럼 미소 짓는 아이가 싫었었다. '“요한, 나랑 친구 할래?”'“난 네가 싫어.”'“왜? 우린 비슷한 점이 진짜 많잖아.”'“비슷한 점? 뭐가 비슷한데? 얼굴도 모르는 부모한테 버려졌다는 거? 그 버려진 날을 생일로 알고 지낸다는 거? 난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싫어.”'“싫어해도 어차피 넌 여기서 계속 살아야 해. 버려진 사람들끼리 잘 지내야지. 안 그래?”'맞은편에 서있는 아이의 눈빛 때문에 요한은 기분이 나빠졌다. 그 아이의 입술에 걸려있는 조소와 뭐든 다 안다는 듯한 말투에 주먹이 저절로 쥐어졌다. 그 아이의 눈빛에 지지 않고 시선을 되돌리던 요한이 벽에 닿아있던 등을 뗐다.'“여기 있는 사람들 중 가장 싫은 게 너야.”'싸늘한 어조로 말을 내뱉은 요한이 뒤에서 들리는 큭큭거리는 웃음소리를 무시하고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