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은 오늘도 미친 듯이 러닝머신에서 뛰고 있었다. 벌써 50분 째다. 지은의 묶은 머리는 그녀가 뛸 때마다 좌우로 팔랑거리며 흔들렸고 그녀의 얼굴과 목은 흘러내리는 땀으로 범벅이 되어 실내조명에 빛을 받아 빛나 보이기까지 했다. 복근이 드러나 보이는 탑과 하체의 라인이 드러나는 트레이닝복은 그녀의 몸매를 한층 돋보이게 했다. 뛸 때마다 불끈거리며 드러나는 장딴지와 팔의 근육은 보는 사람들로부터 건강미를 느낄 수 있기에 충분했다. 특히 그녀의 복근은 남자들의 식스 팩과는 달리 세로로 갈라져 있어 매끈해 보였고 가느다란 허리 라인과 이어져 과히 환상적인 몸매였다. 지은은 느끼지 못했지만 헬스클럽에 있는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그녀의 운동시간과 방법을 힐끔거리며 체크하고 있었다. 오늘은 도대체 얼마나 오래 할 것인지 또 어느 정도의 강도로 할 것인지 서로 내기까지 하곤 했다. 그 이유는 지은이 이 헬스클럽에 온 지 6개월 만에 이런 환상적인 몸매를 만든 것이 헬스클럽 내에 소문이 파다해졌기 때문이었다. '이어폰을 끼고 앞에 놓인 모니터만을 응시한 채 정신없이 달리던 그녀의 뒤로 지은의 전담 헬스 코치인 강 코치가 다가와 러닝머신의 속도를 천천히 내렸다. 지은은 갑자기 늦춰진 속도에 주춤했지만 이내 그 속도에 맞춰 뛰면서 옆을 바라보았다. '“내 그럴 줄 알았어. 강 코치님. 또 내리시네. 헥헥.”'“지은 씨, 천천히 해. 오늘은 러닝만 하고 마무리 운동해. 그렇게 무리하다가 무릎 나간다. 나중에 나이 들어 고생하지 말고…….”'“괜찮아요. 헥헥. 오늘은 컨디션이 좋아서 그래. 이따가 프레스 할 때 자세 좀 봐주시던가.”'지은은 다시 러닝머신의 속도를 눌러 높이고 앞에 있는 모니터만 뚫어지게 바라보며 뛰기 시작했다. 강 코치는 포기했다는 듯 두 손을 들어보였다. 한참만에야 지은은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걸으며 심호흡을 했다. 그때 두 명의 여자들이 헬스클럽 안으로 들어왔다. 지은과 같은 또래 정도로 보이는 여자들이었는데 한 명은 작은 키에 뚱뚱한 몸을 하고 있었고, 한 명은 큰 키에 기본 골격이 좋아 보여 보통 남자의 몸 같이 보였다. 헬스클럽이 처음인지 둘은 기웃거리며 운동하는 사람들을 이리저리 쳐다보았다. 강 코치는 생글 웃으며 잽싸게 다가갔다.'“어서 오세요. 운동하러 오셨나요?”'훤칠한 키에 근육질의 몸을 가진 강 코치가 팔뚝과 앞가슴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옷을 입고 두 아가씨 앞에 다가서자 뚱뚱녀는 부끄러운 듯 들릴 듯 말 듯 한 소리로 대답했다. '“네에.” '강 코치는 서글서글한 인상과 쾌활한 몸짓으로 약간 오버 하며 아가씨 둘을 안내했다. 아마도 요즘 들어 요가학원이나 필라 테스 센터, 비만클리닉으로 회원들을 뺏기고 있던 중이어서 찾아오는 회원들은 무조건 사수였다. '“사무실로 들어가서 자세하게 상담하실까요?”'강 코치는 아가씨들을 데리고 사무실로 들어가 각종 자료를 보여주며 상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지은은 그런 강 코치를 거울 너머로 바라보며 피식 웃으며 6개월 전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제 1화 - 자연인이 돼 버리다.''지은은 아직도 방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엄마는 방문 밖에서 손바닥으로 문을 세게 두드렸다. 엄마는 출근 시간이 다가왔는데도 나오지 않는 지은이 때문에 초조함에 더 세게 문을 두드리며 목소리 톤도 한층 올라갔다. '“지은아! 뭐 하는 거야? 회사 늦어! 오늘 또 지각하려고 그래? 전화 온단 말이야! 내가 다 큰 자식 상사에게 지각한다는 잔소리를 아직도 들어야 하냐? 빨리 안 나와!”'“알았다구! 다했어! 근데…… 지퍼가 끙…… 왜 이렇게 안 올라가는 거야. 끙끙.”'지은은 바지지퍼와 씨름하고 있던 지가 벌써 40분이 다 되어 갔다. 불과 2주 전에 입었던 바지가 그새 불어난 그녀의 배와 엉덩이로 인해 잠기지 않았다. '“이런, 이런. 저번까지는 잠겼는데. 이게…… 이게…… 왜 안 잠기지? 그놈의 술 탓이야. 이런 웬수같은 친구들. 잉잉. 단추만…… 잠기면…… 지퍼는…… 올라…… 갈…… 텐데…….”'지은은 손가락에 단단히 힘을 주어 단추를 잠가보려 했다. 화장한 그녀의 얼굴이 땀으로 범벅이 되고 차분히 빗은 머리는 싸움을 끝낸 사람처럼 엉망이 되어 버렸다. 그때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방문이 열렸다. 기다리다 못한 엄마가 열쇠로 방문을 따고 들어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니, 늦게 들어오는 것도 모자라 지각까지 할 참이야? 도대체 뭐하고 있는 거야. 이놈의 계집애야!”'배에 힘을 주고 있던 지은은 엄마의 등장에 깜짝 놀라며 순간 배에 들어갔던 힘이 빠졌고 지은의 아랫배 살이 지퍼에 끼었다.'“으악! 따거!”'고함을 치는 지은을 보고 엄마는 입이 벌어져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고, 그 모습이 기가 막혀 지은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지은의 바지는 아랫배가 훤히 드러나게 브이자로 벌어졌다. 그 벌어진 사이로 허연 배가 출렁거리며 볼록하게 튀어나왔다. 지은은 지퍼에 끼인 배를 빼내고는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엄마를 보고 겸연쩍게 웃었다. 엄마의 벌어진 입은 다물지를 못했고 휘둥그레 떠진 눈은 작아질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