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만남'''''''[자--- 지금부터 초대손님들과 가벼운 게임을 한가지 하겠습니다.]''[칼~~~~~~~~~~~~~ 갈아. 가위도 갈아]''[먼저.]''[칼~~~~~~~~~~ 갈아. 가위도 갈아요.]''[아--우 시끄러워.]''어제 저녁에 방송되었던 토크 프로그램을 위성으로 재방송을 보던 윤수는 신경질적으로 일어나 창문을 닫았다. ''소음이야. 소음. 우리 나라는 왜이리 저런 사람들이 많은 거야. 다시 쇼파에 쿠션을 베고 엎어져 텔레비젼에 시선을 고정 시켰다. ''[윤수야 가서 칼 좀 갈아 와.]''윽, 지금 엄마 뭐라시는 거야.''윤수는 슬금슬금 소리 없이 일어서서 방을 향해 걸어갔다. 이런 땐 잽싸게 피하고 보는 게 상책이지.''[너 빨리 이리 안 와?]''[윤종이 시켜.]''[공부하는 애한테 심부름시키라고? 집에서 놀고먹으면 심부름이라도 잘 해야지. 빨리 와.]''커다란 토끼가 프린트 된 분홍색 면티에 청바지를 잘라 만든 구멍이 숭숭 뚤린 반바지를 입고 윤수는 힘없이 부엌으로 걸어갔다. ''헉~ 우리 집에 칼이 저렇게 많았어?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칼 장사 하는 줄 알겠네. 6개를 쇼핑백에 넣어주는 엄마를 경악에 찬 눈으로 바라보자 엄마 은경은 그런 윤수를 향해 혀를 찻다. ''[어이구. 내가 너를 낳고 먹은 미역국이 아깝다. 저녁하기 전에 얼른 갔다 와.]''[엄만 그게 딸한테 할 소리야?]''[너도 힘들게 돈벌어 대학까지 졸업 시켜 놓았더니 27이 되도록 취직도 못하고 빈둥거리는 딸 하나 낳아 봐라. 그런 소리 안 나오나. 잔소리 늘어놓지 말고 얼른 갔다 오기나 해.]''엄마의 말에 화가 난 듯 쇼핑백을 받아 들고 돌아서자 다시 은경이 한마디를 더 했다.''[옷 갈아입고 나가. 동내 사람들 챙피하게 그러고 나가지 말고.]''[내 맘이야.]''''''하지만 칼 갈아주는 아저씨의 익숙한 손놀림을 보며 쭈그려 앉아 있던 그녀는 엄마의 말을 들을 껄 하고 후회하고 있었다. ''낯익은 타운 빌(계획적으로 만들어 진 개인주택 단지)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다들 한번씩 그녀를 쳐다보는 바람에 윤수는 고개를 숙이고 들지도 못하고 있었다. ''머리는 아침에 좀 감을 껄.''하나로 묶긴 했지만 자면서. 그리고 텔제비젼을 보면 뒹굴면서 뒤집어지고 까져서 묶었음에도 참 지저분해 보였다. ''헉--- 그러고 보니 세수도 안 했네. 누가 알겠어. 뭐, 그래도 자기 전엔 해야지.''[아저씨 칼 참 잘 가시네요. 몇 년 하셨어요?]''[25년.]''[와, 굉장하세요.]''나도 한심하군. 이런 대화나 하고 있고. 저녁땐 책이라도 빌려 볼까. 책방이 어디에 있었더라. 길 건너에 있었지. 귀찮다. 윤영이 보고 오면서 빌려오라고 해야지. ''''''찬영은 시끄럽고 복잡한 아파트를 떠나 조용한 타운 빌로 이사를 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두고두고 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타운빌 내의 가장 재밌는 여자. ''저 여자. 칼 가는 아저씨의 솜씨를 신기한 것처럼 쳐다보고 있는 저 여자. '아직 이름은 모르지만 그는 미스 게으름이라고 불렀다. 타운 빌을 동그랗게 감싸듯 만들어진 조깅코스에서 우연히 그녀를 한번 본적이 있었다. '한 두 달쯤 전에 하기 싫은 아침운동에 끌려 나왔는지 우레탄이 깔려있는 길 옆 의자에 앉아 연신 하품만 하면서 졸고 있었던 그녀.''자신이 한바퀴 도는데 30분이 걸리는 그 곳을 두 바퀴를 돌아도 여전히 그녀는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한 채 입을 쩍 쩍 벌리며 하품을 하면서 졸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끌려 집으로 가는 듯 걸어가던 그녀.''그리고 가끔 상가에서 마주치면 언제나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구인광고지를 옆구리에 너뎃개를 끼고 있었다. 이름하여 고귀한 백조라는 걸 그 때 알았다. ''그런데 지금 저 모습이라니.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 잘 때도 저 옷을 입고 그대로 자겠지. 후후''''''[아저씨 언제까지 계세요?]''칼을 갈던 아저씨가 근사한 목소리의 남자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칼 가시게요?]''말쑥한 정장을 입은 남자가 칼을 간다니 좀 우스웠지만 짜--식 정말 잘생겼네.''[가져오세요. 여기 이거 다 갈려면 오래 걸리니까 오세요.]''[예.]''잠시 후 그 남자는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칼을 두개 들고 나타났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 나란히 쭈그리고 앉았다. 아저씨의 칼 가는 규칙적인 움직임에 윤수의 눈커플이 무거워지고 있었다. ''슥-슥-슥. ''그리고 자신의 쪼그려 앉은 무릎에 얼굴을 대고 편하게 눈을 감았다. 절대 자는 거 아니었다. 눈만 감은 것이다. ''허. 기가막히군. 이런 상황에서도 잠을 자고.''칼 가는 아저씨가 그런 그녀를 보고 어이없는 듯 피식 웃자 찬영도 따라 웃었다. 하지만 이 여자. 생긴 건 정말 너무 귀엽게 생겼다. 눈썹도 길고, 입술도 작고, 코도 작은 듯 오똑하고. 이마가 약간 나온 듯 해 어린애 같은 느낌을 주면서 더 그녀의 이미지를 귀엽게 만드는 것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