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쇼를 하기에는 더할 수 없이 좋은 날씨였다. 겨울이니 싸늘한 날씨인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과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관중들의 함성으로 시작 전부터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각 나라의 대표적인 항공사의 전투기들이 귀한 몸값을 자랑하며 위용을 뽐냈고, 각계각층의 인사들까지 총출동해 이번 에어쇼의 명성을 높여주고 있었다. 새롭게 시작한 한 해를 축하하듯 추위에 완전무장을 한 인파들은 에어쇼가 치러지는 장소로 삼삼오오 속속들이 집결했다. '검은 가죽점퍼에 청바지, 깃을 세운 하얀 셔츠를 입은 제이슨은 선글라스 속 가려진 눈으로 누군가를 찾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각국 항공사의 로비각축장이 될 곳의 부스는 새파랗게 날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었다. '“이게 누군가? 제이슨 아닌가?”'평상복을 입은 남자를 바라보다 곧 선글라스를 벗고는 고개를 숙였다. 양복을 입었을 때와 느낌이 사뭇 달라 첫눈에 알아보지 못했다. 편안한 면바지에 두툼한 점퍼 차림을 한 최영훈은 까만 보잉선글라스를 낀 평범한 아저씨의 모습이었다. 국방부에서도 오늘의 에어쇼를 보기 위해 참석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미리부터 와 에어쇼 현장을 둘러볼 줄은 몰랐다. 에어쇼가 끝이 난 후의 리셉션에서 볼 수 있을까 했는데 이참에 눈도장을 찍는 것도 괜찮을 듯 해 제이슨은 반갑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차관님.”'“역시 젊음이 좋아. 훤한 인물에 누군가 했는데, 자네였군.”'“과찬이십니다.”'제이슨은 손에 들고 있던 선글라스를 다시 끼고 최 차관을 향해 다가오는 이를 예리한 시선으로 살폈다. 부하직원인 듯한 사람이 와서 귓속말을 하자 긴장을 한 듯 최 차관이 입술을 움찔했다. 노련한 표정을 짓던 최 차관은 그러나 제이슨이 곁에 있다는 것을 떠올린 듯 곧 표정을 매끄럽게 풀었다.'“저쪽에 다들 계시는데 인사는 했나?”'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포잉사 부스 쪽에 몰려 있는 인사들을 눈짓으로 가리키며 가볍게 말을 했다. 이제 막 도착해 분위기를 파악하던 그였기에 아직 포잉사의 사람들과도 인사를 못한 상태다. 군복을 입은 이들과 보좌관을 뒤에 세운 정치인들이 웃으며 환담을 나누고 있었다. 각 부스를 돌며 에어쇼에 대한 격려를 하는지 인사를 마친 인사들은 다음 부스로 향하는 모습이다. 그들이 떠나자 익숙한 얼굴 몇이 분주하게 포잉사 부스 안에서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이제 해야죠.”'“본격적으로 바빠지겠군.”'알만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까딱이자, 그 역시 매끄러운 미소로 답례를 했다.'“많이 도와주십시오.”'“허허, 내가 그럴 힘이 있나.”'제이슨은 픽 터져 나오는 실소를 참으며 으스대는 최 차관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었다. 제가 가진 실권을 누구보다 효율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그인데, 어울리지 않는 겸손의 말을 하면서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뻔뻔함에 대꾸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아서…….”'“그래, 가 보게.”'사람들 눈에 띄어 좋을 게 없다는 것을 아는지 그는 고개만 까딱하고 함께 온 동료들 쪽으로 움직였다. 인사를 하는 것도 조심스러운지 주변을 꼼꼼하게 살피며 둘러보았다. 잘못은 했지만 약점은 잡히고 싶지 않는 무의식의 발로라 생각하니 그럭저럭 이해가 갔다. 기회주의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최 차관의 행동에 더는 신경 쓸 여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방해만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위이이잉! 피융.'“우와!”'“굉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