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보는 여자와 남자가 보는 여자. 그리고 여자가 보는 남자와 남자가 보는 남자. 그것이 과연 얼마만큼의 갭을 가지고 있는지 직접 겪어 보지 않으면 결코 모른다.'그런 여자의 눈에, 아니 그 여자라는 성별을 가진 인간 중 하나인 서창희 씨에겐 명명백백해 보인다는 게 하필이면 문제인 것이다. 애초에 남자가 되어 본 적이 없으니 남자가 보는 여자와 남자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여자 눈에 보이는 두 인종만큼은 확연히 알고 있었다. 특히나 십년지기 친구인 김혜미 씨와 그녀의 무수히 많은 남자들에 대해서라면 치가 떨리도록 똑똑히.'바야흐로 그 본색을 다시금 확인하는 자리. 서창희 씨는 오늘도 별다른 말 없이 자신의 맞은편에 앉아 온갖 개폼은 다 잡고 있는 한 남자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미안, 미안해. 내가 창희 씨한텐 뭐라 할 말이 없다.”'그러게, 할 말 없을 짓을 왜 했어.'“근데 어쩔 수가 없다. 거짓말 아니고 진짜로.”'내가 거짓말이랬어? 왜 지레 찔려서 좌불안석이래.'“나도 알지. 이러면 안 되는 거, 정말 천벌 받는 짓이라는 거 왜 모르겠어. 나도 잘 알거든?”'그거 모르는 사람 하나도 없더라. 정작 까마득히 몰랐던 나까지도 댁 같은 인간들 덕분에 절절하게 알게 됐으니까.'“얼마나 내 스스로를 채찍질 했는지 몰라.”'얼씨구! 그런 자학을 하셨어? 의외로 신선하네. 지금 이런 상황이 벌써 아홉 번째지만 채찍질 같은 변태 짓 했다는 놈은 댁이 처음이야. 멀쩡해 보이기는 한다만 어쨌든, 안 아프디? 나라면 벌써 인생 종치고 세상 떴을 텐데.'“그러면 안 된다고, 창희 씨랑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는 내가 어떻게 딴 여자한테 한눈을 팔 수 있느냐고…….”'이봐, 신선도가 떨어지고 있어. 나하고 결혼하려고 마음먹었다는 놈들이 한둘인 줄 알아? 그건 이제껏 무수히 들어 온 대사라구. 지루해지잖아. 이왕 시작한 거, 좀 쌈박하게 진행하면 어디가 덧나?'“근데 실패야. 마음이 제멋대로 가버리더군.”'아아, 역시. 판에 박혔네. 시시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