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쥬타 공주, 정략결혼 결사반대 하다. ''''“싫습니다. 절대! 싫습니다. 절대 싫어요옷!”'왕실이 떠나갈 듯한 괴음 소리가 르니에 왕국의 아침을 알리는 듯 전역에 울려 퍼졌다. 차를 준비하여 내전에 들이려 했던 한 여시종은 문을 열기 무섭게 귀청을 찌르는 그 고함소리에 깜짝 놀라 하마터면 웃전들 앞에서 아침부터 경을 칠 뻔하였다. 가까스로 떨어뜨릴 뻔 했던 찻잔을 부여잡은 그녀는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그녀의 눈길을 돌렸다. 그녀의 시야로 무척 난처한 표정을 하고 앉아 있는 왕과 왕비 앞에 씩씩거리며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서 있는 마리쥬타 공주의 모습이 비쳐졌다. '‘저 혈기왕성한 공주님이 오늘은 또 무슨 사고를 치시려고…….’'그녀는 혀를 내두르고 싶은 심정을 꾸욱 참으며,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고요한 정적이 아쉬울 새라 조심스럽게 찻잔을 놓아둔 후 재빨리 줄행랑을 치려하였다. '“티에라!”'“히익! 예에, 공주님!”'그녀가 문고리를 잡으려는 찰나,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르니에 왕국의 금지옥엽 공주, 마리쥬타였다. 그녀는 화들짝 놀라 경직된 얼굴로 마리쥬타 공주를 바라보며 그녀의 부름에 답했다. '“뭘 그리 놀라느냐? 내 찻잔도 가지고 와야 할 것 아니냐. 아무래도 아버님, 어머님과 얘기가 길어질 듯싶구나.”'예상치 못한 티에라의 반응에 그녀가 더 놀랐다는 듯, 마리쥬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녀에게 말했다. '“예에. 곧 준비 하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티에라는 뻣뻣하게 긴장된 얼굴에 억지로 미소를 띠우며 허겁지겁 내전을 나갔다. 마리쥬타는 그런 티에라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며 다시 왕과 왕비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이래? 아침부터 그렇게 고래고래 언성 높으시는 소리가 들리다니…… 우리 공주님, 목청 좋은 건 알고 있지만…….” '찻잔을 준비하고 있는 티에라에게 다른 여시종 한 명이 다가와 무슨 영문이냐는 듯 소리 죽여 물었다. '“글쎄……공주님이 우리를 놀라게 하시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뭐랄까……오늘은 정말 심각해 보였어. 게다가 국왕과 왕비께서도 근심어린 표정을 짓고 계신 것 같았는데……공주님과 관련된 무슨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일단 이 찻잔을 올리는 김에 내 좀 더 상세히 파악해 보지.”'어딜 가나 시키지 않았는데도 왕실이 돌아가는 상황을 귀신같이 간파하는 시종이 하나, 둘은 있기 마련. 티에라가 그런 시종 중 한 명임은 자명하다. 그녀는 찻잔과 여분의 차를 담은 찻주전자를 쟁반에 담아 들고 이번에는 무슨 사명이라도 주어진 양 눈에 힘을 주고 내전을 향해 갔다. ''“싫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남자와 혼인이라니요! 게다가 그 이상한 전통만 가득한 미개한 나라의 황태자와 혼약이라니……!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 집니다. 아버님, 제발 그 명을 거둬주소서!” '‘혼……혼인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