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관주는 열아홉 살이 되었다. 승상 희강과 정면으로 맞닥뜨려서 만난 적이 없었던 관주는 대궁을 나서다 우연히 희강과 마주쳤다. 들어가는 희강과 나가는 관주가 한 지점에서 만나게 된 것이었다.'관주는 희강에게 예를 올렸고 희강도 예를 올려 형식적인 인사를 나눴다. 관주가 먼저 지나치려는데 희강의 목소리가 관주를 붙잡았다.'“제가 한 가지 염려스러운 것은 부마가 정사를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오. 황제가 어리면 더욱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짙지.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 주시오.”'희강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이 관주는 당황스러웠다. 지금까지 관주가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것을 알고도 이렇게까지 말하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희강 어른께서는 마치 제가 그런 자라도 되는 것처럼 말씀하시는데 좀 지나치십니다.”'“염려되어서 미리 말하는 것이오.”'“그 염려의 원인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희강 어른이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그렇다고 생각하고 계시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십시오.”'다른 사람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면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이 되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만큼 관주의 지적은 정확했다. 그러나 희강은 역시 노련했다.'“그것은 지나친 생각이군.”'“그렇다면 다행입니다.”'두 사람은 한동안 서로를 쳐다보다가 엇갈려 지나갔다.'처소로 돌아온 관주는 희강의 이야기를 화제에 올렸는데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설하의 반응은 이러했다.'“희강은 당신이 나나 어린 사륜을 마음대로 조종해서 권력을 마음대로 주무를까 봐 압력을 주는 거예요.”'관주는 망연해졌다.'“나는 전혀 그럴 의도가 없소.”'“알고 있어요. 하지만 아바마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희강의 야심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어요. 그의 먹잇감이 되지 않으려면 조심하셔야 해요.”'관주는 희강과 같은 자를 상대로 어린 황제와 황실, 나아가 반파야국 전체를 지킬 수 있을지 걱정스러워졌다. 더군다나 관주로서는 황제를 마음대로 조종하고 싶지도, 그렇게 조종해서 권력을 탐할 마음이 눈곱만치도 없었다. 더군다나 설하를 내세워서는 더욱 그러했다. 그런 관주에게 희강은 미끼를 던져 걸려들게 할 심산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