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갈래 머리에 청순한 이미지를 한 여고생에게 승욱은 눈을 뗄 수가 없었다.'항상 퇴근 시간에 골목을 도는 그녀, 야자를 빼먹을 정도로 불량소녀론 보이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그 소녀의 아버지께서는 자신의 아버지와 절친한 동년배로서 가끔 만남을 가지는 분이시란 걸 나중에 알아버렸다.'“후!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었다니.”'그녀의 아버지도 자신의 아버지처럼 유림 사상을 몸소 실천하시는 분이시라는데 말이 좋아 유림이지. 밑에서 같이 있는 사람들의 목을 조이고 있는 거나 진배없었다.'까까머리 방위병이지만 자신에게 아직 따뜻한 마음을 일깨워주는 그녀를 보자 예쁜 여자들에게 면역이 되어 있는 자신도 그녀에게는 바로 전염이 되어 버린 것 같았다.'하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생명이 없어 보였다. 더불어 즐거움도…….'여자는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시집을 보내신다고 대학은 생각도 못하는…… 요즘 세상에 말도 안 되는 얘기였지만 그녀에게는 그게 현실이었다.'한참 삶에 대한 계획으로 바빠야 할 지점에 그 소녀가 불쌍하다고 느껴졌다. 동지애라고나 할까?'승욱에게 그녀가 샤워를 막 끝내고 난 뒤의 산뜻함과 향긋함이 채 가시지 않은 그런 포근한 느낌을 주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계속 훔쳐보는 즐거움도 그에겐 희망으로 다가왔다.'그녀에게는 특별한 그 무엇이 있었다. 순수함, 눈에 담긴 절망감과 동시에 희망을 볼 수 있었다.'뭐라고 중얼거리는 듯하며 웃는 모나리자의 미소처럼 숨은 듯 감추는 그 미소, 남을 염려한다는 것은 그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은 단어였지만……. '그렇게 1년 반을 그 소녀를 보는 즐거움에 보내고…… 승욱은 그녀를 가슴속에 묻어가고 있었다. '''“윽…… 죽여주는 군.” '소연은 늘 보아선 안 될 것을 보면서 가슴을 철렁이며 괴로워하고 있었다.'힘든 그를 위해 몸보신이라도 시켜 줄 요량으로 시장을 보러 나가서 사온 고기를 맛있게 재워 놓은 뒤 남편이 나오는 텔레비전 미니시리즈를 보면서 그녀는 가뜩이나 좁아진 가슴에 상처를 또 한 번 내고 문을 또 닫아버렸다. '“후…….”'소연은 주먹을 불끈 쥐고 조심스레 불평을 토로해 버렸다.'화면 가득히 보이는 키스 씬 정말 리얼 하게 보였다.'그 열기가 브라운관을 나와 소연의 온 몸을 휘돌았지만 한 번도 키스를 해 본적이 없는 그녀로서는 매력적인 남자의 입술이 화면 속의 여자에게 부드럽게 와 닿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바늘에 찔린 풍선처럼 김이 빠지는 느낌이었다.'“김승욱, 남편에게 딱 맞는 이름이야. 도도함이 얼굴에서 절로 흐르거든?”'소연은 여고를 졸업하고 집에서 여자의 자리가 어떤 것인지 몸소 23년을 체험하고 그냥 아버지가 짝 지어 주는 대로 이 남자에게 시집을 왔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배필이라고 처음 만나는 날 그녀는 뒤로 까무러칠 뻔 했었다.'남편 될 사람이 연예인 이라는 사실에……. 그것도 팬으로서 좋아하는 그를 눈앞에서 보았을 때 그 충격은 말로 표현 할 수가 없었다.'그녀의 시아버님이 되실 분은 1년에 몇 번 씩 그녀의 집에 오시던 분이셨다.'그 때는 먼발치에서 인사만 드리는 정도로 그저 막역한 친구사이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거기에다 한 술 떠 아버지가 연예인을 사위로 맞을 생각을 다 하셨다니? 아니 그 점잖은 분의 아들이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갖고도 어떻게 제대로 살고 있을까? 완전 의문투성이였다. 이건 하늘이 두 쪽이 나고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뭘까? 이유가 뭘까? 혹시 내가 빚에 얹혀 팔려가는 게 아닐까?’'서로에게 사돈사이처럼 예의를 다 갖추시는 모습을 보면서 소연은 완전히 뒤통수를 강하게 얻어맞은 느낌이었지만 그 기분은 그 때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