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에 내려앉아 있는 어둠만큼이나 그녀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녀는 발 아래로 이불을 차 내던진 채 단잠이 들어 있었다.'방문을 열고 그림자 하나가 소리 없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조심스럽게 그녀의 곁으로 다가온 그림자는 침대 옆에 서서 자고 있는 그녀를 굶주린 눈으로 굽어보았다.'그의 잠과 꿈을 빼앗아 간 여자는 늘 그런 것처럼 그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고 베일처럼 어둠을 몸에 두른 채 자고 있었다. 짙은 어둠이 여자의 얼굴을 감추고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그녀의 얼굴은 이미 그의 마음과 영혼에 깊이 새겨져 있으니까.'“너는 잘 자는구나.”'사랑은 탐욕. 상대의 몸과 넋에 자신을 각인시키고, 또 자신의 몸과 넋에 상대를 흡수하고 싶은 강렬한 욕망. 하지만 남자에게는 하나도 해당되지 않는 서글픈 금지(禁止). '남자는 잠든 그녀를 향해 뻗어 나가려는 손을 필사적으로 참아 냈다. 지금 여자의 머리카락을 한 올이라도 만지게 된다면 그의 인내심은 산산조각이 나 버릴 터였다. 미칠 듯이 갈망하는 마음이 튀어나와 짐승처럼 여자를 탐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직은 안 돼.'섣불리 욕심을 부리다 완전히 그녀를 잃게 될지도 몰랐다. 지금 당장 그녀를 탐하지 못한다고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여자를 잃으면 살 수 없으리라는 건 분명했다. 그러니 죽을힘을 다해 자신의 욕망을 틀어쥐고 감출 수밖에.'“으응.”'잠결에 돌아눕는 여자의 얼굴을 보며 남자는 다짐했다.'너를 갖고 말 거야, 반드시!'그는 손가락으로 가만히 여자의 입술을 쓸었다. 나비의 날갯짓처럼 가볍고 부드럽게, 그렇게. 이어 남자는 여자의 숨결로 물든 손가락을 가만히 자신의 입술에 가져다 댔다.'“이제부터 시작이야.”'남자는 잠든 여자의 얼굴을 향해 숨겼던 사랑을 시작해 보이겠노라 선언했다. 밤은 아주 깊었다. 그의 사랑만큼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