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자는 채린이 아니다. 아니 그녀는 내 동생일 수 없다. 울보 꼬맹이에 인형을 좋아하는 어린애가 아닌 그녀는 아름다운 여자다. 흘러내린 긴 머릿결 사이로 그녀의 아담한 가슴이 보였고 그 밑으로 잘록한 허리와 늘씬한 다리가 눈에 들어와 지후의 심장을 강타했다. 처음 느껴 보는 그 생소한 느낌에 지후의 가슴은 심하게 흔들리다 뜨거운 무언가가 몸을 관통해나가는 것 같았다. '“이름이 뭐지? 여기서 일하나?”'대답 없이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여인은 떨리는 발걸음으로 자신에게 다가왔다. '다가선 그녀에게 뭐라 형용할 수 없이 달콤한 향기가 풍겨왔다. 인위적인 향수 냄새가 아니었다. 아기의 몸에서 나는 부드러운 파우더 향기, 길가에 피어 있는 이름 모를 꽃들을 스칠 때 올라오는 신선한 자연의 향기……. 그녀가 자신을 뚫어지게 보는가 싶더니 그녀의 눈동자 가득 눈물이 차올라 뿌옇게 변해 갔다. 이윽고 그녀의 뺨으로 떨어지는 이슬방울들을 바라보던 지후는 어리둥절해졌다. '그녀는 힘겹게 가슴에서 뱉어내 듯 입을 열었다.'“지후……오빠?”'그녀를 바라보던 지후의 가슴이 내려앉았다. 첫눈에 반한 여자는 다름 아닌 여동생이란 이름이 붙여진 채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