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는 방금 등록을 마치고 나온 학교를 뒤돌아봤다. 앞으로 4년 동안 한국대학교에 다닐 생각을 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입학 요강이 든 봉투를 가슴에 끌어안고 부푼 마음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갑자기 울리는 휴대폰 소리에 액정을 확인한 미주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오빠, 지금 어디야?”'-너와 가까운 데.'“어딘데?”'미주는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찾아보았지만 재훈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와악!”'“엄마야.”'미주는 재훈이 갑자기 나타나 깜짝 놀라게 하자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미안, 많이 놀랐어?”'“그럼 놀라지.”'미주가 곱게 눈을 흘기자 재훈이 정말 미안한 듯 걱정스런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괜찮아?”'“안 괜찮아.”'“그럼 어떡해. 병원 갈까?”'재훈이 대학과 나란히 붙어 있는 한국병원을 가리키며 묻자 미주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됐어. 대신 다른 거 해줘.”'“뭔데, 말만 해.”'재훈이 그런 미주가 귀엽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었다.'“예쁜 장미꽃 한 송이 사다 줘.”'“한 송이? 왜 한 송이야, 다발로 사다 줄게.”'“싫어, 너무 많은 건 싫고 딱 한 송이만.”'“알았다, 인마. 그럼 여기서 잠깐 기다리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알았어. 헤헤.”'재훈이 꽃을 사러 가자 미주는 주머니에서 MP3를 꺼내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입학 서류들을 훑어보기 시작했다.'재훈은 붉은 장미를 한 송이 사들고 부리나케 달리고 있었다. 꽃집을 찾느라 시간을 너무 지체한 것 같아 마음이 급했다. 봄이 오기엔 아직은 멀었는지 며칠 전에 내린 눈으로 길은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미주가 기다릴 거라는 생각에 추운 줄도 모르고 달리던 재훈은 저만치 보이는 미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미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