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준은 여자와 데이트를 하는 날이면 가끔 일부러 건물의 으슥한 지하주차장이나, 산중턱에 있는 자동차극장 같은 곳을 찾았다. 물론 대부분은 도심의 일류호텔을 이용했지만 밥은 밥이고 가끔은 디저트도 필요한 법이니까. 게다가 여자들은 그의 선택을 은근히 반기는 눈치였다. 여기저기 부딪치는 좁은 차 안은 넓은 더블침대가 주는 안락함 대신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불량식품 같은 짜릿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아, 자기. 자기.” '아영은 비음이 잔뜩 섞인 목소리를 높이며 그에게 매달렸다. '그녀는 태준의 회사 새 브랜드 런칭 파티 때 모델로 나온 여자였다. 그는 회사 모델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주의이기는 했지만 그러기엔 아영은 너무 끝내주는 가슴을 가지고 있었다. 만져보니 아무래도 자연산은 아닌 것 같은 찝찝함이 있기는 했지만 요즘은 양식도 워낙 질이 좋긴 하다. 아영은 자신의 자랑인 긴 두 다리를 들어 태준의 허리에 힘껏 감으며 온몸을 그에게 밀착했다. 그러나 오늘 그는 그것이 즐겁지만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가 흥에 겨운 나머지 날카로운 손톱을 가지고 있는 대로 태준의 등을 할퀴고 긁어대는 통에 이제는 오싹하며 허리가 절로 요동칠 판이었던 것이다. '“으음.”'그가 나지막이 내는 신음소리를 오해한 아영은 두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며 보란 듯이 붉은 입술을 벌리고 교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아앙. 아아. 제발 나 좀 어떻게 해줘.”'‘헉! 아니 지가 무슨 가위손이야. 손톱에 철심을 박았나. 등짝 남아나지 않기 전에 슬슬 끝내야 되겠네.’'그는 자신의 아래에 있는 여자에게 최대한 집중하며 열심히 허리를 흔들었다.'“하윽, 자기 정말 최고야.”'남자란 동물은 얼마나 단순하고 솔직한가. '태준은 그녀의 한마디 칭찬에 어느새 등의 아픔은 잊고, 아영이 그의 머리털을 모두 뽑아버릴 기세로 몸을 떨 때까지, 영화의 절반이 지날 때까지, 좌삼삼 우삼삼, 찌르고 빼고 돌리고 강하게 전진하고 느긋하게 후퇴하며 열심히 리틀 태준을 흔들었다. '에어컨을 틀어놨음에도 불구하고 어느덧 그의 반쯤 벗겨진 건장한 등 뒤로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가 주르르 타고 그녀의 풍만한 가슴 위로 뚝뚝 흘러내려 야릇하게 번들거렸다. 두 사람에게서 쏟아져 나온 욕망은 그대로 음탕한 소리가 되어 빠져나갈 곳을 찾지 못하고 좁은 차 안에 가득 찼다. '“나 눈물이 날 것 같아.”'“눈물은 왜.”'이것도 노동이라고 힘들어 죽겠다. 태준은 차 시트에 늘어진 채 흐트러진 와이셔츠의 단추를 잠그며 시큰둥하게 물었다. '“자기랑 나 말이야. 우리 정말 궁합이 잘 맞는 거 같지 않아? 나 있지, 자기랑 있으면 너무 행복해. 이게 사랑받는 거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 자기는 어때?”'“어…… 뭐. 대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