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여느 때와 똑같은 하루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느낌은 여느 때와 확연하게 달랐다. 그랬기에, 아저씨와 사랑할 수 있었겠지?'잠을 얼마 못자 유독 퉁퉁 부운 얼굴로 분주하게 준비를 하고, 정류장으로 힘차게 걸어갔다. 조급한 마음에 나는 걸음을 점점 빨리했고, 오른쪽 방향에서 어떤 남자도 뛰어오는 걸 보지 못하고 부딪혀버렸다. '“아! 죄송…… 합니다.”'“아니에요. 학생, 괜찮아요?”'“……네.”'사람에게서 빛이 날 수도 있는 걸까? '부딪혔던 남자의 얼굴을 보는 순간 온 세상이 하얘졌었다. 잠깐 동안. 괜찮냐고 묻는 그 모습에 내 심장은 쿵쿵 뛰기 시작했다. 얼이 빠진 얼굴로 그 남자에게 인사도 없이 돌아서서 걸음을 재촉했다. 뒤따라 걸어오는 그 남자의 발걸음 소리가 확연하게 들려왔지만, 난 점점 걸음을 빨리 할 뿐이었다. 추운 가을바람이 불어옴에도 불구하고 내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힐끔 힐끔. '다른 사람의 시선이 느껴질 법도 한데 그 남자는 책에 시선을 둔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정류장에 사람이 한두 명씩 줄을 섰고, 나는 그 남자 뒤에 얼른 가서 서 있었다. 큰 키와 넓은 등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내 마음속에 아저씨가 한발 내딛게 되었다. ''그 날 이후로 아침 공기가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었다. 내 일방적인 마음이라도 거기서 느껴지는 설렘이 좋았다. 어쩌다 한번 눈이라도 마주치면 그 날은 하루 종일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았고, 다른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는 것이지만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라도 듣는 날이면 그 목소리가 귓가에 계속 맴돌았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하루하루지만, 그것이 계속되자 조금씩 욕심이 생겼다.'그 남자의 여자가 되겠다는 마음은 결코 아니었다. 절대로. 그저 나란 존재를 알기라도 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었다. '내 마음은 저만큼인데 상대방은 날 알지도 못한다고 생각하니 억울해 편지를 쓰기로 했다. 대형 서점 여러 군데를 돌고 돌아 예쁜 분홍색 편지지를 고르고, 은은한 향이 퍼지도록 향수를 뿌리기도 했다. '그렇게 내 마음을 나란 존재를 알리기 위해 하나하나 적어나갔다. 어떻게 전해줘야 할지는 막막했지만, 그래도 우선은 적어 나갔다. ''이 편지로 인해 그 남자와 제가 친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제발. '‘편지는 어떻게 전해주지? 주머니 속에 넣고 도망을 칠까? 아아, 아니야. 어떻게 해야 할까? 가까이 다가서는 것만으로도 가슴 떨리는데……. 그냥 눈 꼭 감고 전해주자. 할 수 있어! 할 수 있을 거야. 아후, 걱정이다. 정말.’'편지를 쓴 이후로 내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이 편지를 어떻게 전해줄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