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장에 모인 그들의 모습은 사뭇 달라보였다. 풋풋한 대학생들처럼 확실히 옷에 따라 이렇게도 달라 보이는구나 라는 생각이 서로 간에 들 정도였다. 더욱이 양복차림만 고수하던 준현은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으니 현 나이 보다 적어도 다섯 살은 어려 보였다. 특히나 분홍색 티셔츠. 거기에 스누피가 그려진 것은 화룡정점(?)이었다. 낯선 그의 모습에 지유가 한마디 했다.'“어머, 예쁘시네요. 누가 보면 고등학생인 줄 알겠어요. 그렇지 민지야? 민지도 고등학생처럼 보이는데 둘이 같이 손 붙잡고 다니면 고딩 커플인 줄 알겠다.”'아무 생각 없이 한 칭찬이었는데 준현은 그런 지유의 칭찬에 한결 고무된 표정이었다. 그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민지를 슬쩍 보았다. 민지야 말로 진정 고등학생처럼 앳되어 보였다. 노란 반팔 티셔츠에 청반바지, 그리고 약간 긴 단발머리를 포니테일로 바짝 묶어서 가뜩이나 어려보이는 얼굴이 한없이 어려 보였다. 동식은 뭔 놈의 운동을 그렇게 열심히 했는지 근육 덩어리 몸매를 가지고 있어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었어도 삼촌뻘로 보일 정도로 나이 들어 보였다. 오히려 양복 차림보다 캐주얼 차림이 그에겐 쥐약이었다. 준현은 그런 동식을 보면서 은근히 자신의 동안에 만족하고 있었다. 현우와 재빈이 연습장으로 들어오기 전까지는…….'현우와 재빈이 우연찮게 나란히 걸어오는데 순간, 모두들 헉 하고 숨을 쉬지 못했다. 둘의 모습은 흡사 모델이 걸어오는 것 같았다. 둘 다 키도 크고 날씬한 몸매라 옷걸이가 상당히 좋았다. 그들을 보고 있기만 해도 귓가에 샤라랑 샤라랑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마치 그들이 걸어 다니는 길마다 꽃잎을 흩뿌리고 있는 느낌이었다.'뭐를 해도 현우의 점수를 반은 깎아 버리는 지유가 팔짱을 끼며 그를 아니꼬운 눈초리로 보고 있었다. 그녀가 아무리 그의 흠집을 잡아내려고 해도 잡아 낼 수가 없었다.'‘제법 옷태가 나네?’'현우가 미워도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했다.'준현은 혼자서 기분이 업 되어 있다가 밴드 멤버 중 나이가 비교적 어린 두 사람, 그것도 가장 인물이 훤한 두 사람이 들어오자 기가 완전 꺾였다.'‘비교가…… 안 되는구나.’'준현은 그러면서도 민지를 흘깃 보고 있었다. 그녀는 그 두 남자 중 한 사람만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 한사람은 재빈이었다. 그를 바라보는 민지의 눈빛은 유리알처럼 빛나고 있었다.'‘그 사람이 맞을까?’'민지는 오로지 그 생각만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