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마치고 나오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봄비답지 않게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며 휘령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내리는 비라 우산을 준비하지 못했다.'‘비를 맞고 가야 하나? 아니면 그칠 때까지 기다릴까?’'고민을 했지만 비는 곧 그칠 것 같지 않았다.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데 수호천사처럼 성민이 나타났다.'“휘령아, 우산 안 가져왔니?”'“네, 선배…… 그런데 아직 집에 안 갔어요?”'“카페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비가 와 네 걱정이 되어서 왔다.”'친구들과 함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휘령을 챙기러 온 성민이 너무 고맙고 감격스러웠다. 황송한 대접을 받으면서도 그에게 왜 사랑의 감정이 생기지 않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제가 가고 없으면 어쩌려고요?”'“없으면 그냥 가면 되지, 뭐가 걱정이야? 어서 가자.”'그는 우산을 펼쳐 들며 휘령을 재촉했다. 성민은 휘령에게 우산을 씌워 차가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가 문을 열어 휘령을 태우고 운전석으로 돌아가 우산을 접고 차에 올라탔다.'“매일 선배에게 신세만 져서 미안해 죽겠어요.”'“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그는 안전벨트를 매며 말했다.'“집으로 갈 거니?”'“아니요, 여의도에 갈 일이 있어요. 그러니 지하철역 앞에서 세워 주세요.”'“여의도는 왜?”'“번역물을 갖다 주고 새로운 것을 받아 오려고요.”'휘령은 집안 형편이 어려워 아르바이트로 번역 일을 하고 있다.'“여의도 어디야?”'“저 지하철 타고 가도 돼요.”'“우산도 없으면서 그런 소리를 해?”'“선배의 우산을 빌려 주시면 내일 갖다 드릴게요.”'“싫어. 내가 집까지 데려다 줘야 안심을 할 것 같아.”'성민은 휘령이 비를 맞지 않고 집에 잘 도착했는지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는 절대 안심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휘령은 그의 친절이 자꾸만 부담스러워지고 있었다. 그의 마음은 알고 있지만 자신의 마음이 그와 같을 수 없기에 더욱 그랬다. 그가 이성이 아닌 선배로만 남아 주었으면 좋겠는데…….'그가 차를 출발시켜 강변을 타고 여의도로 달렸다. 차창 밖에는 여전히 비가 그칠 줄 모르고 내렸다. 차 안에는 은은한 음악이 흐르고 성민은 운전에 열중해 있고 휘령은 음악을 들으며 창밖에 흐르는 강물만 바라보았다.'“선배, 저기서 내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