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르륵.'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세 쌍의 커플이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복도로 내려섰다. 복도를 따라 붉은 카펫이 희미한 조명등을 받으며 파티가 열리고 있는 룸을 향해 이어지고 있었다. 그 길을 따라 여자들은 파트너의 팔짱을 낀 채 음악소리가 울리는 리셉션 파티장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들의 무리에 금하도 있었다. 입고 온 드레스가 어색한 듯 연방 스커트 자락을 매만지는 폼이 꽤나 불편한 듯 보인다. 그래도 자신이 참석한 모임의 중요성을 의식해서인지 태륜의 팔에 걸친 손을 풀지도 않았고 꼿꼿하게 세운 고개도 떨어뜨리지 않았다.'그런 금하를 보는 태륜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어렸지만 금하는 그런 것에 신경을 쓸 겨를도 없었다. 무슨 정신이 있겠는가. 온통 화려하게 꾸민 아름다운 여자들과 완벽하게 차려입은 남자들, 게다가 웅장하다 할 정도로 꾸며놓은 인테리어와 우아한 클래식을 라이브로 연주하는 악단까지……이 모든 것이 그녀에게는 낯설고 어색하기만 한 광경이었다.'금하는 조금은 얼이 빠진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바로 옆을 스쳐지나가는 누군가를 향해 눈인사를 하며 슬쩍 고개를 끄덕이는 그가 보였다. 그녀와는 달리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그 때 그의 손이 자신의 팔에 걸쳐있는 그녀의 손을 슬며시 잡았다. 금하는 놀란 눈길로 그 손을 내려다보았다. 마치 안심시키려는 것처럼 커다란 손이 그녀의 작은 손을 감싸고 있다. '금하는 그 손을 묵묵히 내려다보다 다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길은 그녀를 향해 있었다. 미소를 짓지는 않았지만 눈동자에 어리는 따뜻한 빛이 그녀를 안심하게 만들었다. 마치 ‘긴장할 것 없어. 그냥 내 옆에만 있어’라고 하는 듯 경직되어 있는 그녀를 안심시켜주었다.'솔직히 든든했다. 낯선 사람들과 낯선 환경 속에서 그가 자신의 옆에 서있고 자신의 손을 잡아주는 것이 큰 힘이 되었다.'금하는 그 사실을 인정하며 자신의 손을 포근히 감싸고 있는 커다란 손의 감촉을 편안하게 받아들였다.'“최 사장.”'웃음기 실린 굵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금하는 태륜을 따라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날카로운 인상이 아주 강한 남자가 태륜을 향해 반가운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이 실장님.”'“언제 왔습니까? 도착한 것도 못 봤는데.”'“조금 전에 왔습니다.”'“하하. 그렇군요. 난 언제 오시려나, 내내 기다렸습니다.”'이 실장이라 불린 남자의 눈길이 금하를 향했다.'“파트너가 아주 미인이군요.”'남자가 금하에게 관심을 보이자 태륜이 그녀의 허리로 팔을 돌렸다. 왠지 조금 전 팔짱을 꼈을 때보다 더 소유욕이 드러난 행동처럼 느껴진다.'“약혼녑니다.”'“예?”'남자의 얼굴이 놀란 듯 굳었다가 갑자기 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