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기억나니? 우리의 첫 데이트. 첫눈이 내리던 날이었어.'너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을 했어. '첫눈을 맞은 연인은 평생 사랑할 거라고.'우리가 어쩌면 일생에 단 한번 만난다는 운명일지도 모른다고 좋아했었어.'일 년이란 시간을 너에게 말도 못하며 애탔던 내 마음이 눈처럼 녹아 버렸지.'그리고 반짝이는 네 눈빛에 내 심장은 나의 것이 아니었다.'그때의 기분은 처음 대학을 합격했을 때보다 더한 기쁨이었어.'아니, 기쁨보다 벅찬 가슴이었다는 말이 맞을까?'친구들이 사랑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했을 때 콧방귀를 뀐 나였는데 말이야.'정말 그 순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이었다.'하긴 너와 지낸 모든 순간들이 그렇지만.'그날 내가 얼마나 떨렸는지,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수정아, 알고 있니? '내 사랑은 너와 처음 만난 날, 이미 완성되었다는 것을…….'그날부터 너는 내 전부였다. 내 심장을 주어도 아깝지 않을 내 사람이었어.]''하연은 갑자기 눈에서 흐르는 눈물에 당황했다. 장문의 글도 아니면서 이렇게 애타는 마음을 표현하다니, 그녀는 한참을 미동조차 하지 못했다.'‘왜 헤어졌을까? 왜 이런 마음이었으면서 선배를 놓아 버린 거지? 이렇게 아파할 거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선배는 왜 편지를 버리라고 한 거지? 이 남자, 정말 선배를 사랑하고 있는데……. 도대체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머리가 더 엉망이 되었다. 그리고 후회도 들었다. 절대 선배에 대한 배신이 아니라는 합리화는 무너졌다. 이건 타인의 사생활을 엿본 것보다 더한 잘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