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하아…… 너 때문에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이 남자가 지금 무슨 얘길 하는 걸까…… 여자는 귀신에 홀린 듯 이 보다 더 창백할 수 없을 만치 하얗게 된 얼굴을 하고 이렇게 말하고 있는 남자의 손에서 시체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남자는 술에 잔뜩 취한 채 무릎을 꿇고 앉아 멍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여자의 몸을 붙잡은 채 놓아달라고 여자에게 울부짖고 있었다.'“오빠…… 제…… 발…… 이러지 마…… 응? 오빠…… 나한테 이러…… 면 안 되잖아…….”'여자는 지금 자신이 서 있는지조차 알 수 없을 만큼 제 발로 디디고 서 있는 발아래가 서서히 꺼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남자의 손에 흔들리고 있는 자신의 몸이 느껴지지 않는 듯 초점 없는 눈을 한 채 그렇게 힘겹게 말을 꺼내는 듯했다. '“그만 하자…… 더 이상 안 되겠다. 정말…… 이대로는 내가 너 때문에 죽을 거 같다. 이 이상 해 봤자 서로한테 좋지 않아. 상처만 될 거야. 너도 느끼고 있지? 내 마음! 나에게 다른 여자 있는 것도 알고 있잖아. 노력해 보려고 해 봐도 정말…… 이건 날 죽이는 짓이야. 그만 하자, 우리.”'남자는 작정을 한 듯 단호한 눈빛으로 여자에게 상처 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다. 여자의 눈에서 한 방울 두 방울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울지 않으려는 듯 입술을 꽉 깨물었지만 이미 자신의 의지를 무시한 채 흘러나오는 눈물은 여자의 볼을 타고 턱으로 흘러내려 여자가 입고 있는 분홍색 옷깃에 더 진한 색으로 물들이며 퍼져나갔다. 부들부들 떨리는 입술로 입을 열었다.'“여태…… 잘해 왔잖아. 노력…… 한다 했잖아…… 흑…… 내가, 내가…… 더 잘할게 응? 좀만 더 노력하면 돼. 오빠가 나더러 떠나지 말라고 붙잡았잖아. 옆에 있어 달라 했잖아.”'“너랑 있으면 미래가 안 보여. 나도 남자야. 성공하고 싶어. 너 나 사랑하지? 사랑하면 나 놓아줘. 내가 날아오를 수 있게 놔줘. 그래…… 내가 너 붙잡았다. 그땐, 그래…… 내가 어떻게 됐었나 보다. 그땐 외로워서 정신이 어떻게 됐었던 거야. 나 지금 만나는 여자한테는 미래가 보여. 충분히 날 성공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이 있어. 그러니까 서로 힘들지 말자.”'“힘? 힘이라고 그랬어? 돈이겠지! 그렇게 성공하고 싶어? 나 버리고, 아이까지 버리면서 성공하고 싶어? 우리…… 아이, 어떻게 할 건데! 난 여태껏 오빠만 보고 달려 왔어. 나…… 오빠 아이 두 번이나 보냈어. 미래가 안 보이는 나라서 아일 두 번이나 지우랬니? 오빠 그때 그랬지? 둘째 아이 보낼 때 형편이 안 되니까 좀 더 넉넉해지면 두 아이 몫만큼 다음 아이한테 사랑 주자고! 그것도 다 거짓이었니? 하! 그런데 이번엔 자기 성공에 눈이 멀어 또 아일 지우라는 거야? 어떻게…… 어떻게 그렇게 잔인하니……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