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5:29.'모모는 눈을 떴다. 정확히 30분에 알람이 울리자, 주먹으로 내리치듯 시계를 쳤다. 시계는 비틀거리다 바닥으로 쿵하고 떨어졌다. 모모는 부서진 알람시계에 시선 하나 주지 않고 힘찬 걸음으로 침실에 딸려있는 샤워실로 향했다. '옷을 벗을 필요는 없었다. 항상 알몸으로 잠들었으니까. 모모는 뜨거운 물로 샤워한 뒤 부드러운 수건으로 몸을 대충 닦고는 물방울을 바닥으로 뚝뚝 흘리며 부엌으로 걸어갔다. 냉장고를 열어 전날 저녁에 가사도우미가 준비해둔 아침식사를 꺼냈다.'신선한 과일과 샐러드, 갓 내린 원두커피 한 잔.'모모는 양치를 한 뒤 화장대로 갔다. 짙게 화장할 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아주 예쁘니까. 아니, 아름다우니까. 비단같이 부드럽고 새까만 생머리칼에 대비되는 도자기 같은 투명한 피부, 크고 맑은 눈동자에 기다란 속눈썹, 오똑한 코에 도톰하고도 붉은 입술. '여자들은 그녀를 질투하고 부러워했고, 남자들은 그녀에게 매혹당하고 매달렸다. 모모는 그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은 얼굴만 아름다운 게 아니었으니까. 사슴처럼 긴 목에 둥근 어깨, 길고 늘씬한 팔다리,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완벽한 외모의 소유자. 거기다가 그녀는 아주 똑똑하고 돈도 엄청나게 많았다. 모든 것을 가진 존재.'모모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옆방으로 걸어갔다. 족히 50평은 됨직한 화려한 공간은 드레스룸이었다. 모모는 셀 수 없이 많은 옷과 구두 가운데 하나를 골라 걸친 뒤 문 밖으로 갔다.'“좋은 아침입니다.”'대기 중이던 수행비서는 허리를 90도로 숙여 아침 인사를 했다. 모모는 엷은 미소를 지어주고는 한 걸음 앞장서서 걸었다. '“8시 10분, 유통업체 이사진들 미팅. 9시 30분, 회계팀 감사 결과 보고. 11시 20분…….”'모모는 차를 타고 가는 30분 동안 시간 단위로 짜여져 있는 오늘의 스케줄에 대해 들었다. 시내 중심부에 자리한 거대한 빌딩에 도착한 뒤 모모는 언제나처럼 어깨를 펴고 턱을 올려 다소 거만하게, 하지만 당당하게 걸었다. 사원들의 공손한 눈인사를 받으며 꼭대기에서 한 층 아래인 37층으로 올라갔다. '<상무이사보 진모모> '모모는 넓은 원목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팻말을 슬쩍 불만족스러운 눈으로 보며 책상에 앉았다. 비서진들이 요약해둔 오늘의 기사를 읽고 난 뒤 사장인 아버지에게 인사하고는 일에 돌입했다. 처리할 일은 많았고 빡빡했으며 복잡했으나, 모모는 느긋하고 여유 있는 자세로 정해진 퇴근 시간인 오후 7시까지 일했다. 모든 일과가 끝난 뒤에나 모모는 푹신한 의자에서 일어났다. '“퇴근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