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어두컴컴한 실내, 빛이라고는 전면의 대형 스크린에서 흘러나오는 영상이 전부인 그곳에 수영이 앉아 있었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 입장객 대부분이 연인임을 확인했던 수영은 객석 여기저기에서 어둠을 틈타 행해지는 연인들의 스킨쉽에 놀라지는 않았다. 그네들에겐 오히려 홀로 영화관을 찾은 수영이 특이해 보일 것이다.'수영은 정사 장면이 펼쳐지는 화면을 뚫어질 듯 바라보았다. 화면에는 요즘 헐리웃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루크 할리가 여주인공 제시카 페리와 자극적인 정사를 벌이고 있었다. '<러브홀릭>, 말 그대로 사랑에 중독된 남녀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정사신이 화면 가득 아름다운 영상미를 펼치고 있었다. 땀으로 번들거리는 남자의 구릿빛 상체가 클로즈업 되는 순간, 객석은 여인들의 탄성으로 술렁였다. '수영은 주먹을 꼭 쥐었다. 어찌나 힘을 주었던지 손바닥에 손톱자국이 생기고 있었지만 정작 본인은 알지 못했다. 절정을 향해 치닫는 남녀의 달뜬 신음은 묘한 긴장으로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끌어냈다. '영상 못지않게 음향효과도 좋았기에 여인의 간드러진 교성이 절정을 극대화 시켰다. 언뜻 언뜻 비치는 객석의 그림자에 서로 키스를 하는 연인들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모두 영화 속 배우들의 열정에 물든 탓이었다. '수영의 앞좌석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얼핏 보기에도 어린 학생들이 어둠을 틈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있었다. 부끄러움에 몸을 사리는 여학생을 이끄는 남학생을 보면서 수영은 씁쓸함을 느꼈다. 충동적인 육체적 욕망과 사랑은 말 그대로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을 그들은 알까. '수영은 다시 화면으로 관심을 돌렸다. 막 절정을 지난 남녀가 침대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여인의 얼굴에서 땀으로 젖은 머리카락을 걷어내는 남자의 손길이 어찌나 부드러운지…….'남자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면서 푸른빛의 칼날 같은 시선이 좌중을 압도했다. 수영은 순간 숨을 멈추었다. 그녀는 그 눈빛을 알고 있었다. 저 눈길에 갇혀 이성을 잃었던 적이 수영에게도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는 사이 주위의 사람들은 이미 수영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