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이익…… 쿵쾅쾅…….'시끄러운 기계음이 도로가에서 울려 퍼졌다. 기계음과 함께 무엇인가가 파괴되는 커다란 소음, 거기에 이리저리 튀어나간 유리 파편들이 도로에 가득했다. 잠깐의 무거운 정적이 도로에 감돌았다. 그 정적을 깨부순 건 뒤에서 오고 있던 수많은 차들의 경적 소리였다.'빵빵…… 빵빵…….'그리고 어느새 몰려든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음성이었다. 심하다 싶을 정도로 차가 찌그러져 있었고, 차 안에 타고 있던 젊은 남자는 운전대 앞으로 엎어져 있었다. 차 곁으로 다가간 사람들이 창문을 두드리며 젊은 남자를 불렀다.'“이봐요, 괜찮아요?”'“정신 좀 차려 봐요!”'“누가 구급차 좀 불러 봐요!”'사람들은 차창을 두드리며 남자의 생사를 확인하려 했다. 그리고 한 남자가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소리치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휴대폰을 들고 구급차를 부르기 위해 전화를 했다. 하지만 남자는 움직이지 않았고, 잠시 후 119 구급대의 사이렌 소리가 남자의 희미한 의식 속으로 차갑게 울려 들어갔다. 점점 희미해지는 의식을 붙잡고 있던 남자의 머릿속에 분노에 찬 여자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울려 퍼졌다.'[우리, 이혼해요!]'울분을 참고 있는 듯 벌겋게 달아오른 여자의 눈빛이 환영처럼 그의 머나먼 의식 건너편에서 떠올랐다. 여자의 분노에 찬 음성에 이어 씩씩대며 소리치는 자신의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그는 희미해져 가는 의식 속에서 무엇인가 말을 하려고 피 묻은 입술을 달싹였지만 파르르 떨리기만 할 뿐 소리가 새어 나오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