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발버둥 쳐도 장정들의 힘을 당하지 못한 명월이 년 눈 깜짝할 새에 멍석에 말리어 서별당 마당에 내동댕이쳐졌다. 후는 대청에 서서 흉하게 버둥거리는 명월이를 향해 대로하였다. '“네 감히 나를 우롱하고, 서방님 실없는 약조나 하고 다니시는 실없쟁이 만들고, 한 치의 과오도 없으셔야 할 아버님께 누를 끼치려 하였다. 없는 일을 사실인 양 떠벌리고 집안에 분란을 일으킨 죄 무엇으로 갚으려 하였더냐.”'“아, 아씨! 잘못하였습니다. 살려만 주십시오. 이년 분수 모르고 까불락대었습니다요. 흑흑!”'“어디서 감히 눈물을 흘리느냐!”'“잘못하였습니다요. 눈물 흘리지 않겠으니 살려만 주십시오, 아씨!”'살려만 주시라 애원하는 명월이 년에게 이제 매질을 하라 명하려는 후의 눈에 서별당 중문 근처에 둥둥 뜬 흑립이 보였다. 후는 그 흑립의 주인이 태루임을 알아보았다. 하여 섬돌로 내려서 신을 꿰고 마당으로 내려섰다. '종들은 아씨께서 어딜 가시나 하였지만 감히 그 앞을 막아설 수 없어 길을 터주었다. 후는 그 갈라진 틈을 빠져나가 태루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좀 전까지 대로하였던 사람의 목소리라고는 믿기지 않게, 꿀에 절인 유자처럼 달콤한 목소리를 내었다. '“서방님, 오시었습니까?”'크게 화를 낼 것이라 예상했던 것과 너무도 판이하게 다른 후의 목소리에 태루는 답도 못하고 그저 고개만 끄덕이었다. '“집 안에서 소란을 피워 송구스럽기 그지없습니다.”'“아…….”'“명월이라는 저 기녀를 아시옵니까?”'“아, 알고는 있소.”'알고 있다는 태루의 말에 명월이 이제 살았다 싶었다. 하여 애처로움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태루에게 자비를 구하였다. '“서방님, 이년 좀 살려주시어요!”'하나 돌아오는 것은 태루의 얼음장처럼 시린 말이었다.'“네 내 경고를 우습게 여겼음이다. 내가 전날 네게 무어라 하였는지 잊지 않았다면 감히 살아 나갈 요행을 바라지 말거라.”'태루의 그 말에 만족한 후가 다시 그 부드러운 어투로 태루에게 물었다. '“하면, 저이에게 소실 자리 주시마고 약조하시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