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솜아, 전화 받아라.”'피아노 연습을 하고 있던 다솜은 피아노 원장인 박 원장의 부름에 전화기로 향했다.'“엄마?”'《응. 오늘 아무래도 늦을 것 같다.》'“일이 또 늦어?”'《그렇게 됐네. 저녁 혼자 먹어야겠어.》'수화기 너머로 미안해하는 엄마의 마음이 전해졌다.'“그게 뭐 그리 대순가? 오늘 꽤 덥지? 일하는데 힘들지 않아?”'《참을 만해. 너야말로 집이 더워서 어쩌니?》'“내 걱정은 말고 일 잘하고 와. 생각나면 아이스크림이나 사다줘.”'《그럴게.》'짐짓 밝은 목소리를 냈지만 수화기를 놓은 다솜은 한숨을 내쉬었다. 혼자 저녁을 먹는 날이 점점 늘어가고 있었다. 제법 익숙해진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혼자 밥을 먹는다는 것은 여전히 싫었다.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엄마가 또 늦는대?”'“네.”'“그럼, 여기에 있다가 선생님하고 밥 먹고 가.”'“아니에요. 집에서 해야 할 공부가 있어서요. 그냥 갈게요.”'다솜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문단속 잘하고. 덥다고 문 활짝 열어 놓지 말고.”'박 원장은 못내 걱정이 되는 듯했다.'“네. 연습이나 마저 할게요.”'“그래.”'다솜은 다시 연습실로 돌아와 건반에 손을 얹었다. 아까부터 답답해진 가슴이 점점 더 심해졌다. 피아노를 치면 힘겹던 마음도 한결 나아졌었다. 그러나 몇 달 전부터 시작된 답답증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다솜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피아노 학원 문을 나서자 뜨거운 기운이 확 덮쳤다. 다솜은 감히 거리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아 멈춰 서서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을 잠시 바라보았다. 이마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히더니 점점 무거워지며 얼굴로 흘러내렸다. 다솜은 어깨에 멘 배낭을 다시 부여잡으며 거리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