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안으로 결혼해야 하니까 내일 12시까지 모카자바호텔 핑크레이디로 나가거라. 하경이가 기다리고 있을 거다.”'“예?” '빈우가 막 입으로 파래무침을 집어넣다가 경기한 얼굴로 아버지를 쳐다봤다. 빈우뿐만이 아니라 식탁에서 식사를 하던 나머지 식구들의 시선도 아버지에게 일시에 쏠렸다.'“아버지, 제가 뭔가 잘못 들은 것 같은데요. 아버지가 말씀을 잘못하셨던가. 설마 저한테 결혼을 하라고 하실 리가 없잖아요.”'빈우는 분명히 아버지가 착각했을 거라고 생각하며 파래무침을 입으로 집어넣고 우적우적 씹었다.'“진우나 동우더러 결혼을 하라고 한다면 그건 내가 치매에 걸린 게 분명해.”'빈우는 막 목구멍 너머로 삼키려던 다 씹힌 파래무침이 딱 걸리는 바람에 캑캑거리며 부리나케 물을 찾아 마셨다.'“그럼 정말 저한테 하신 말씀이세요?”'빈우의 눈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내일 12시까지 모카자바호텔 핑크레이디로 가거라. 핑크레이디는 모카자바가 자랑하는 커피숍이지.”'“아버지!”'빈우가 혓바닥을 깨문 듯한 얼굴로 아버지를 외쳐 부르는데 세영이 진우에게 굴비 살을 발라 주며 쫑알거렸다.'“여보, 모카자바 스카이라운지 정말 근사하지 않아요?” '“우리 밥 먹고 칵테일 한 잔 하러 갈까?”'진우가 굴비 살을 씹으며 되물었고 세영이 활짝 웃었다.'“핑크레이디엔 못 가봤네요. 핑크레이디에 가서 차 한 잔해요 여보. 아버님, 이왕이면 저녁으로 시간을 잡지 그러셨어요. 밤엔 스카이라운지가 정말 환상적인데.”'“큰형수님!”'빈우가 겨우 삼켰던 파래무침을 금방이라도 토해낼 것처럼 외쳐 불렀지만 세영을 비롯하여 다른 사람들은 빈우의 외침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아버지, 전 아직 졸업하려면 8개월은 더 있어야 해요. 아직 대학생이라구요.”'“대학생 부부도 많아요, 도련님.”'예은이 날름 끼어들었다.'“전 와이프를 먹여 살릴 능력도 없어요.”'“우리 막내아들을 위해 아버지가 특별히 네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생활금 보조를 결정하셨단다.”'잠자코 있던 어머니가 얼른 맞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