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거지다!”'찬주를 가리키며 노아가 소리쳤다. 꼬질꼬질한 옷차림과 더벅머리, 게다가 코에는 진득한 콧물까지 바싹 말라서 대롱거리고 있는 찬주의 얼굴은 누가 보더라도 영락없는 거지꼴이었다. 귀한 보물이라도 들어있는 듯 누더기 가방을 가슴에 끌어안고 행여나 누가 뺏을까 걱정된다는 듯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찬주는 저를 향해 손가락질 하는 노아를 보며 손톱을 세우고 으르렁거렸다. 민규가 데려온 어린 찬주를 보는 순간 영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찬주가 서 있는 현관 앞으로 달려 나갔다. '“찬주야?”'며칠 동안 씻지도 않은 듯 보이는 그 더러운 얼굴에 영혜의 손길이 닿자 찬주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엄마, 쟤 오줌 쌌어.”'영혜의 실크 치맛자락 뒤에 숨어있던 노아가 찬주를 향해 얼굴을 내밀며 말했다. 노아의 말대로 찬주의 가랑이 사이로 뜨뜻한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었다.'“엄마, 더러워 죽겠어.”'계집아이처럼 단발로 자란 머리를 곱게 빗어 내린 노아는 작고 하얀 손으로 제 입과 코를 막으며 찬주에게서 두어 걸음 물러섰다. '“노아! 그런 말 하면 못써.”'영혜는 행여 어린 찬주의 마음에 상처가 될까 싶어 서둘러 노아를 나무라며 찬주를 일으켜 세웠다. 꽃분홍색 바지에 얼룩을 그리며 오줌방울이 떨어지고 있었고 찬주는 7살 아이답지 않은 무표정한 눈빛으로 묵묵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영혜는 서둘러 찬주를 욕조로 데려가 그녀의 바지를 벗겨냈다. 순간 그녀는 ‘흡’하고 호흡을 멈춘 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영혜는 자기 눈을 믿을 수가 없다는 듯 불안한 손길로 찬주의 윗옷도 벗겨내기 시작했다.'“세상에…….”'찬주의 작은 몸 구석구석을 뒤덮고 있는 폭력의 흔적, 마치 덩굴처럼 이어진 매질의 흔적에 영혜는 심장 가득히 유리조각이 박히는 것 같은 고통을 느낀다.'“여보.”'영혜의 등 뒤로 다가온 민규의 입에서 놀라움과 안타까움이 뒤섞인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눈물을 글썽이며 영혜는 어금니를 물었다. 어느새 그녀의 얼굴에 분노로 인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어린 찬주가 겪었을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 그녀의 온 몸이 욱신거리며 아파오기 시작했다. '''''''프롤로그''1. 파파라치''2. 함정에 걸리다.''3. 옆집 남자.''4. 당신은 못 생겼어.''5. 고양이 같은 하루.''6. 깃털처럼 가볍다……''7. 내가 널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8. 내가 떠나겠다.''9. 다른 만남.''10. 숨은그림찾기''11. 힘쓰는 일 말고 마음 쓰는 일.''12. 너의 뒷모습.''13. 어느 봄날의 이야기''14. 미안해.''15. 그들의 시작''16. 갑자기 행복하지 말 것.''17. 그냥 나쁜 년 할래.''18. 겨울의 끝''19. 물처럼 흘러가고 싶다.''20. 잃어버린 우산''21. 어느 날 아침''22. 그녀의 손금''23. 햇빛처럼 눈부셔.''24. 아기처럼……''25. 사랑한다면 이들처럼.''26. 그 후로 오래오래……''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