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약속에 늦을까 허겁지겁 뛰어오던 지민의 발걸음이 딱 멈췄다. 수업을 한참 받고 있던 도중 온 문자는 수업이니 뭐니 생각도 할 겨를을 주지 않고 바쁜 걸음을 옮기게 만들었다. 초여름 작열하는 태양을 온 몸에 느끼면서 달려온 이 길, 자꾸만 혹시나 그가 꿈에도 그리는 청혼을 하려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에 마음만 급해졌다. 지민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이리저리 목을 빼고 누군가를 찾아 고개를 움직였다. '“어디 있는 거야?”'커피숍에는 많은 사람들로 넘쳐났다. 더운 열기를 피하듯 모인 사람들은 에어컨의 바람에 밖의 열기 따위는 관심도 없어보였다. '천정에서 돌아가는 목재 선풍기와 반들거리는 이곳은 평소에 침만 삼키며 눈요기 하는 고급스러운 곳이었다. 지민은 많은 사람 중에 그를 찾아 고개를 돌리며 성급하게 오느라 올라온 땀을 닦느라 연신 손수건으로 이마와 코를 눌러댔다.'“선배님?”'역시 폼이 멋있는 남자다. 주변에서도 종종 흘낏거리던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지민의 얼굴이 자부심에 우쭐대고 있었다. '뒷모습이지만, 어쩜 저렇게도 ‘나 잘났소’를 외치는지 지민은 이런 사람이 어떻게 자신의 차지가 될 수 있었나 하는 행운에 몸서리를 쳤다. '격식 있게 차려입은 비즈니스 정장은 초여름이라 그런지 더워보였지만, 한 번도 쉬지 않고 한 운동의 결과인 아름다운 근육이 팔을 움직일 때마다 선을 그리듯 멋지게 꿈틀거렸다. '파리하니 목뒤를 정리한 머리가 단정하고 엘리트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그리고 그 깨끗한 피부는 여자인 그녀조차 부러워 할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그런 그가 지민에게 사귀자고 했을 때, 처음에는 꿈인지 생시인지 정신조차 제대로 찾을 수 없었다. 친구들이 자존심이 없다고 할 정도로 단박에 허락을 했고, 몇 개월 사귀자마자 준원이 졸업을 했다. '학교에 다닐 때보다는 함께 있을 시간이 적었지만, 그래도 지민은 그를 생각할 때마다 너무도 행복함에 하늘을 날아다니는 듯 마음이 허공에 떠다니는 것 같았다. '그 때의 상황이 생각하면 자다가도 웃음이 키득키득 나오고, 울다가도 눈물이 금세 그치곤 했다. '그 만큼 지민에게는 황홀한 순간이기도 했지만, 가장 팔짝팔짝 뛰게 좋았던 것은 더 이상 깨진 바가지라는 소리를 듣지 않게 된 것이다. '목덜미 밖으로 조금 보이는 하얀색의 와이셔츠가 유독 눈이 부시게 깨끗해 보였다. 자꾸 하이 톤으로 올라가는 목소리를 가까스로 낮추며 지민은 준원의 앞으로 다소고니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