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다, 윤하.”'“윤하 나왔다!”'“윤하 안녕, 오늘도 촬영 힘내!”'유현은 아직도 잠이 덜 깨 좀처럼 제대로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매니저인 현재에게 이끌려 집을 나섰다. 언제나처럼 오피스텔 앞에 삼삼오오 몰려 있던 ‘누님들’이 유현을 발견하고 저마다 작은 환성을 질렀다. 유현이 습관처럼 드라마 속의 ‘정윤하’의 트레이드마크인 상큼한 미소를 던지자 누님들은 얼굴이 붉어져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어쩔 줄 모르고 발을 동동 굴렀다. '이윽고 누님들 중 두 명이 선물로 보이는 작은 꾸러미를 들고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익숙한 접대용 미소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선물꾸러미를 받아들자마자 현재는 밴에 타도록 유현을 재촉했다.'“고맙습니다, 누님들. 좋은 하루 되세요!” '유현이 차창 너머로 맘먹고 날린 애교 어린 인사에 누님들은 금방이라도 정신을 잃고 쓰러질 듯한 눈빛으로 유현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유현이 탄 대형 밴이 미끄러지듯 움직이기 시작하자 따라오면서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마치 오라버니를 배웅하는 어린 소녀들처럼, 그가 탄 밴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어디 보자, 오늘은 또 어떤 진수성찬인가…….”'유현은 날쌔게 먹잇감을 낚아채는 독수리처럼 현재가 들고 탄 종이 백을 빼앗아서 얼른 열어보았다. 맨 위에 있는 도시락의 뚜껑을 열자 검은 깨가 먹음직스럽게 박힌 유부초밥이 예쁜 도시락 안에 빼곡하게 들어 있었다. 또 다른 도시락 안에서는 깨끗이 씻겨 먹기 좋게 잘라져 있는 키위와 바나나, 딸기 등의 과일이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과일 주스가 들어 있는 플라스틱 통. 얼마 전 게스트로 출연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유현이 농담 삼아 ‘아침을 매일 거르다시피 하다 보니 속이 안 좋아졌다’고 말한 이후부터 팬들이 아침마다 직접 챙겨다 주는 아침식사다. '유현은 도시락 메뉴를 확인하고 나서 또 다른 하나의 꾸러미를 열었다. 한약 봉지같이 생긴 것이 가득 들어있는 것을 보고 쓴 것이 딱 질색인 유현은 눈썹을 조금 찡그렸다.'“이게 뭐야. 홍삼 진액? 우웩.” '유현은 홍삼진액을 구석으로 밀쳐 버리고 냉큼 유부초밥부터 한 개 집어 입에 넣었다. 부드럽고 폭신한 유부의 감촉이 먼저 느껴지고, 그 속에서 산뜻한 신 맛이 새어나와 아직 덜 깬 혀의 미각을 상쾌하게 자극했다. 유현은 유부초밥을 맛있게 씹으면서 하나를 집어 들어 운전하는 현재의 입가에 가져갔다.'“맛있다. 먹어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