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 있어?”'은후의 물음을 태윤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입을 꾹 다문 채 그의 서늘한 얼굴을 뚫어져라 응시할 뿐이었다. '은후는 자신의 얼굴을 태윤의 코끝으로 가져다 댔다. 익숙한 체취가 그녀의 코끝을 스쳤다. 순간,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잔뜩 성이 난 듯 두 눈썹을 한껏 치켜 올린 채 그녀를 응시하던 그가 짓눌린 듯 무거운 음성을 뱉어냈다.'“처음 본 남자가 하는 더러운 짓들을 다 받아 낼 자신이 있냐고.”'거친 숨결이 그의 입술 사이로 배어나왔다.'“저기…… 으읍.”'은후의 입술이 태윤의 입술을 묵직하게 짓눌렀다. 그의 두 손은 그녀를 자신의 품 안에 가두 듯 벽을 단단히 짚고 있었다. 입술 틈 사이로 혀를 찔러 넣은 은후는 연한 속살을 헤집었다. 숨이 막힐 듯 퍼부어지는 키스에 그녀는 그의 가슴팍을 두 손으로 밀쳤다. 하지만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강하게 그녀를 밀어붙일 뿐이었다. 밀어내면 낼수록 그는 몸을 더욱 밀착해 왔다. '더욱 거칠게 밀어 내려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는 그녀였다.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익숙한 체취와 감촉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오랜만에 다시 느낀 낯설지 않은 키스에 심장은 뛰고 있었다. '은후는 가지런한 치열을 부드럽게 쓸었다. 큰 손이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매만졌다. 습관, 습관이었다. 그의 습관. 키스를 할 때면 뺨의 부드러운 곡선을 매만지는 것은 그녀가 알고 있는 그의 습관이었다. '두 눈을 감은 채 그의 키스를 받아 내고 있던 그녀는 자꾸만 닿아오는 익숙한 느낌에 묵직한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눈을 감으면 익숙한 감촉이었지만 망막에 맺힌 모습은 낯선 느낌이었다. '태윤은 은후를 힘껏 밀어 냈다. 그가 거친 숨을 내쉬며 떨어져 나갔다. 그녀는 입술을 잘게 떨었다. 그는 입술을 꾹 다문 채 태윤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입술 사이에서 흔들리는 음성이 흘러나왔다.'“당신…… 당신 누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