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랑짤랑 울려대는 방울 소리에 맞춰 복도를 걷는 발걸음소리가 빨라졌다. 나비궁의 이곳저곳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곱게 단장을 한 궁녀들이 일제히 한곳으로 걸음을 옮겼다.'현월국 가율 왕 3년. 나비궁의 새로운 주인을 맞이한 이후 맞이하는 첫 문안례시간. '접견실은 수십 명의 직공들이 세심하게 수놓은 화려한 병풍과 황금과 은을 실처럼 가늘게 꼬아 만든 휘장으로 치장되었다. '단상 위에는 붉은 공단으로 지어진 방석이 놓였고, 반들반들한 검은 돌을 깎아 만든 낮은 탁자가 그 앞에 자리했다. 조용하던 접견실의 문이 열리고 수 십 명의 여인들이 짙은 향내를 풍기며 들어섰다. '잠시 후, 서열에 맞춰 각기 자신의 자리에 서 있는 여인들의 앞으로 화양대비가 모습을 드러냈다.'언제나처럼 화려한 붉은 당의를 차려입고 수많은 비녀와 장신구, 그리고 공작의 깃털을 머리에 꽂은 그녀를 향해 여인들은 일제히 머리를 조아렸다. '“대비마마를 뵈옵니다.”'접견실을 왕왕 울리는 여인들의 목소리. '화양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녀가 원하는 절대적인 권력. '매일 아침, 이곳 접견실에 들어 문안례를 받을 때마다 화양은 그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경이와 두려움으로 자신을 대하는 궁녀들의 모습은 온 세상의 사람들이 자신의 발아래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켰다. '자연스럽게 단상 위로 올라간 화양은 붉은 방석 위에 엉덩이를 붙였다. 권위적인 눈빛으로 궁녀들을 둘러보던 그녀의 얼굴에 문득 의아한 표정이 떠올랐다.'“어찌하여 왕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냐?”'화양의 앙칼진 목소리가 비화를 향해 날아들었다. 바닥에 얼굴을 묻고 있던 비화는 비굴한 모습으로 그녀의 발치로 기어왔다.'“왕비마마께서는 몸이 편찮으시어 당분간 문안례에는 참석하지 못하실 것 같다 하옵니다.”'“몸이 좋지 않아?”'화양은 한쪽 눈썹을 치켜세우며 비화의 말을 곱씹었다. '그 오만한 것이 자존심이 많이 상했나보군. 그리 수모와 모욕을 당했으니 병이 날만도 하지.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있던 그녀는 조롱 섞인 비웃음을 흘렸다.'이제는 제 위치를 알고 스스로 꼬리를 낮추겠지?'화양은 해아가 문안례에 참석하지 않는 것을 자신에 대한 복종의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녀의 얼굴에 흡족한 표정이 지어졌다.'“어디가 얼마나 안 좋다 하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