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국 국외선 공항의 자동문이 열리고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쏟아져 나왔다. 한 5분쯤 지났을까? 사람들의 꼬리가 거의 바닥을 드러낼 때쯤 자그마한 동양인 여자가 경쾌한 걸음으로 안으로 들어섰다. '어깨에 닿을 듯한 검은 머리카락은 걸을 때마다 물결치듯 찰랑거렸고, 쌍꺼풀이 없으면서도 커다란 눈, 서양인들의 관점에서 보기에는 한없이 앙증맞은 코 그리고 도톰하면서도 작은 입술이 한껏 빛을 발하며 갸름한 얼굴에 오밀조밀 박혀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은 그녀의 새하얀 피부였다. 백인의 그냥 하얀 피부가 아닌, 하야면서도 안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투명한 그녀의 피부는 티 하나 없어 다른 이로 하여금 한 번쯤 손을 뻗어 만져보고 싶은 충동이 일게끔 할 정도였다. '160cm정도의 키에 검은 청바지 그리고 초록색 울 티셔츠를 입은 그녀의 몸은 날씬하다기보다 말랐다는 인상이 강했다. 하지만 그 덕에 오히려 경쾌한 몸놀림과 더불어 발랄한 인상을 풍겼다. '주변에 있던 남자들이 힐끔힐끔 그녀를 훔쳐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전혀 알아채지 못한 듯 사방을 두리번거리느라 바빴다. 누군가를 찾는 모양이었다. 그 때,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성큼 그녀에게 다가왔다. '야, 말로만 듣던 빨간 머리네!'진주는 신기함에 눈을 빛냈다. 그런 그녀의 반응을 자신을 반기는 것이라 생각한 청년은 친절함이 담뿍 배인 미소를 지으며 중국어로 말했다. '“영국에 놀러 오신 건가요?”'진주는 그가 중국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무협 영화를 많이 본 득을 오늘에야 보는구나! 그녀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영어로 답했다. '아주 짧게!'“난 한국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