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신부. '말이 좋아 신부라는 글자를 붙였지만 이건 순 고행 길에 몸소 뛰어든 미친 여자라는 말과 동격이다. '가영의 입장에서 보자면 말이다.'8월. 삼복의 찌는 듯한 무더위가 가장 먼저 생각나는 달이다. '에어컨 바람이 없다면 금방이라도 질식할 것처럼 숨을 헐떡거리기 일쑤인 계절. 외출보다 실내에서 인조 바람에 몸을 맡기는 것이 좋은 계절이기도 했다. '그런 계절에 혼수준비로 바빴던 가영은 얼굴까지 까맣게 타버렸다. 새신부의 얼굴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피부 빛 때문에 오이를 썰어 붙이느라 바쁘다.'왜 여자들이 5월과 10월에 가장 많이 결혼을 하는지 가영은 몸소 깨닫고 있는 중이다.'가만히 있기만 해도 땀이 콧등에 송골송골 맺히는 계절에 결혼 준비를 하려니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호텔 예식 홀이 텅텅 비는 시기라는 것이 그 중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일명 비수기. 남들이 결혼을 꺼리는 시기에 가영과 도훈은 전화 한 통으로 간단히 호텔의 예식 홀을 예약했다. '그게 유일하게 이 결혼에서 쉽게 해결된 최초이자 최후의 사례였다. '여름에 결혼을 하는 것은 상당히 불편한 점이 많았다. '푹푹 찌는 찜통더위, 혼수를 장만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부터, 폐백 음식을 맞추는 것까지 만만치가 않았다. '이바지 음식을 맞출 때, 여름이라 음식이 상하면 어쩌느냐는 담당자의 말에 고 여사가 사색이 되어 특별히 신신부탁을 한 것도 그 한 예였다.'방학을 하자마자 시작된 결혼 준비로 가영은 바로 녹초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오죽하면 도훈을 붙잡고 간절히 애원을 했을까. 올해 꼭 예식을 해야 한다면 눈이 오는 12월에 하자고. 별 대꾸가 없기에 진지하게 생각하는 줄 알았다.'하지만 차도훈이 그토록 입 싸게 배신할 줄이야……!'하지만 누굴 탓하랴? 싫다고 아등바등 버티다, 자신의 입으로 허락을 했으니 스스로 발등을 찍은 셈이다. '양가의 부모는 도훈이 전한 가영의 말에 크게 노여워했다. '시어머니는 절대 하루도 미룰 수 없다며 팔짝팔짝 뛰었다. 고 여사 역시 애 배기 전에 후딱 해치우라는 말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주절거렸다.'……결국 그녀가 졌다.'그리고 지금 가영은 드레스를 가봉하기 위해 웨딩샵에 있다. 도훈 역시 턱시도의 가봉을 위해 탈의실로 향한 지 꽤 되었다. 아직 채 완성이 되지 않은 드레스에 몸을 끼어 넣고 가영은 여자들 틈에 둘러 싸여 마네킹처럼 서 있었다.'“백 년만의 무더위래요.”'“아휴, 정말 미치게 덥다. 대체 전기는 언제 들어온다고 하니?”'“신부님 움직이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