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 씨, 완전 대박이야. 정말 예상치 못했는데……. 정말 지윤 씨가 날 살렸다니까. 고맙다 고마워.”' 나이 사십에 머리가 반 이상 벗겨진 출판사 사장은 과장된 표정과 몸짓으로 실실거리며 지윤의 손을 꼭 잡았다. 그로 그럴 것이 요즘 같은 장기불황에 쓰러져가는 출판사가 한 둘이 아니기에, 재정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그로서는 지윤이 구세주 같은 존재일지 모른다. 지윤의 손을 덥석 잡는 그에게 그녀는 쑥스러운 듯 미소 지었지만 가슴은 뿌듯함으로 벅차올랐다. 이렇게 가슴이 뻐근하게 뿌듯함을 느낄 정도로 그녀의 소설이 대박이 날 것은 그녀 자신도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흥분을 감추고 침착을 가장했다.' “에이, 무슨 과찬의 말씀을…….” ' “과찬이 아니라니까. 여기 판매부수 좀 봐봐. 그 꿈의 숫자를 보면 가슴이 다 설레. 그리고 내 볼을 꼬집어 보기도 하지. 꿈인가 현실인가 하고.” ' “그만하세요. 사장님. 귀 간질거려 죽겠어요.”' 뚱뚱한 몸을 흔들어 가며 그가 너스레를 떨자 괜히 머쓱해진 지윤이 커피 잔에 입을 댔다. 판매부수가 적힌 페이퍼를 한쪽에 치워놓은 사장은 커피를 마시는 지윤에게 얼굴을 가까이 대고 눈빛을 반짝였다. ' “지윤 씨, 차기작도 슬슬 준비해야지?”' “아, 정말…… 이방인에 잉크도 아직 안 말랐어요. 제가 책 쓰는 기계도 아니고 저도 휴식이 필요하다고요.”' “아, 그래, 그래.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겠지. 알아, 알아. 그럼 쉴 만큼 쉬고 연락해.”' “알았어요. 아저씨.”' 지금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몸을 흔드는 출판사 사장 박기태는 지윤의 막내 외삼촌 죽마고우다. 지윤은 선택의 여지도 없이 당연하게 차기작도 그의 출판사로 정해진 것에 대해 조금은 불만이었지만, 그동안 나름대로 박 사장이 꼼꼼하게 신경 써 준 것도 있기에 사실 큰 불만은 없었다. 일단, 아무도 관심을 안 둔 완전 신인 작가에게 기회를 준 그는 고마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