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안 된다니까 왜 이렇게 고집을 부려?”'“박 과장님, 제 사정 아시잖아요. 곧 가져올게요. 곧 수납할 테니까 이번 한 번만 눈감아 주세요.”'“직원이라는 이유로 눈감아 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 지금 수납해야 할 돈이 얼마인지나 알아? 자그마치 2천이 넘어. 다달이 나가는 월급으로는 어림 턱도 없는 돈이라고. 게다가 앞으로 늘어나는 돈은 어떻게 막을 건데?”'“제발, 제발 한 번만 저 좀 살려주세요.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제 소원 한 번만 들어주세요. 저 카드깡까지 해서 더 이상은 지금 당장 돈 나올 구멍이 없어요. 제발 한 번만, 이번 한 번만 제 사정 봐주시면 박 과장님 곤란하지 않게 할게요. 네?”'여자는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붙이고 자신에게 쏘아붙이는 남자에게 두 손을 모으고 사정했다. 그녀의 눈은 무척이나 간절해 보였다. 하지만, 여자의 간절한 눈빛에 반해 남자의 표정은 싸늘했다. 싸늘함을 넘어서서 하지 말아야 할 말까지 내뱉어 버리고 말았다.'“내일까지 돈을 내든지, 아니면 퇴원 시켜. 솔직히 이렇게 돈 퍼붓는다고 좋아져? 돈 없으면 죽어야지, 그게 세상이라는 거 몰라? 돈도 없으면서 살아 보겠다고 바동바동 하는 건 너무 비굴 하잖…….”'“박 과장님, 병원비 밀려서 박 과장님 곤혹스럽게 만든 건 정말 미안한데,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 아니죠! 그럼 박 과장님은 가족이 아프면 돈 퍼붓는다고 살겠니? 그리고 더 살아서 뭐 해? 돈 없으니까 돈이나 축내지 말고 죽어라, 그렇게 말하겠네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이라더니, 틀린 말이 아니었네요.”'애원하던 여자의 눈이 남자의 말에 사납게 변하더니,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는 방금 전까지 두 손 모아 애원하던 남자에게 쏘아붙였다. 그런 그녀의 당당한 모습에 남자는 기가 막힌 듯 코웃음을 치더니 소리쳤다.'“그런 소리 듣기 싫으면 당장 돈을 내면 될 거 아니야? 병원은 땅 파서 굴러가는지 알아? 병원비도 못 내서 연체금이 얼만데, 이게 어디서 큰소리야? 긴 말 필요 없고, 내일까지 돈 입금 못시키면 퇴원 처리할 테니까, 죽든지 말든지 데리고 나가!”'“하, 죽든지 말든지……?”'“그래, 죽든지 말든지!”'여자의 눈에 금세라도 눈물이 핑 돌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서 남자에게 소리쳤다.'“좋아요. 내 장기라도 팔아서 갚으면 될 거 아니에요. 당신 같은 인간쓰레기한테 그런 소리 듣기 싫어서라도 장기 팔 테니까 걱정하지 마! 그리고 당신도 한번 겪어 봐. 당신 와이프가 아파서 죽네 사네 하고 있는데, 돈 독촉 받으면서 당신 입에서 나온 그런 더러운 말까지 들어 봐! 꼭 당신이 그렇게 되길 기도할게. 참나, 그게 인간이 할 소리야? 짐승만도 못한 인간아!”'“뭐야? 이런 싸가지 없는 년이 지금 어디서 말을 그따위로 해? 뭐? 내 와이프가 죽네 사네 해보라고? 야, 이년아!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냐? 말이라고 해! 짐승만도 못한 인간? 너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 어떤 인간인지 어디 한번 보여줘?”'“지금 보고 있는데 뭘 더 보여주게? 이 모습이 바닥이 아니라면 더 밑바닥은 뭐야? 아, 폭력? 좋아, 쳐봐. 어디 쳐봐! 당신 덕에 병원에 누워서 돈 좀 벌어보자.”'“뭐야? 이런 썅년이……!”'남자의 무서운 고함 소리에도 여자는 전혀 기죽지 않았다. 아니, 남자의 비위를 더욱 틀며 소리를 내질렀다. 그러자 남자의 손이 여자의 틀어 올린 머리를 붙잡고 흔들어 대기 시작했다.'“아악! 박 과장님, 왜 이러세요? 이것 좀 놓고 얘기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