삑－.'또 울린다, 또! '이사실 문밖, 자신의 자리에 앉아 있던 치윤은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인터폰에 대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네.”'“커피 한 잔.”'들려오는 허스키한 음성에 치윤은 고개를 약간 옆으로 돌리며 잇새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이 몇 번째 커피 심부름인지 모르겠다. 무슨 커피를 물마시듯 마시는지……. '‘불면증의 늪으로 빠져버려라!’ 속으로 악담을 퍼부었다. 그리고 끓어오르는 화를 애써 억누르며 몸을 일으켰다. '그래, 참자. 참아. 지금 내가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야? 그녀는 천천히 다실로 걸음을 옮겼다. '치윤은 하얀 쟁반 위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 잔을 받쳐 들고 이사실 문 앞에 섰다. 그리고 자유로운 한 손으로 주먹을 한 방 날리는 시늉을 했다가, 결국에는 똑똑 얌전하게 노크를 했다. 그러자, 안에서 젊은 남자의 음성이 들려왔다.'“들어오세요.”'치윤은 확 굳어 있는 표정을 풀어 관리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들어오는 것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 무심하게 서류파일을 내려다보고 있는 남자 쪽으로 조심스레 다가갔다. 깔끔한 스타일에 탐나는 외모의 남자였다. 안경을 걸치듯 쓰고 있는 모습이 지적으로 보였다. '치윤은 그의 책상 위에 커피 잔을 놓았다. 그리고 쟁반을 가지런히 밑으로 내리고 서서 가식적인 상냥함으로 물었다.'“뭐 더 시키실 건 없으세요?”'“있어요.”'어휴, 저 싹수머리! 네가 진정 그런다 이거지? 그녀는 당장이라도 욕 한 바가지가 거뜬히 튀어나오려 하는 것을 애써 참으며 생글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더 시키실 거 있으시면 말씀하세요.”'“웃지 마세요, 무서우니까.”'“네?”'“웃지 말고, 비스킷 있으면 좀 가지고 와요.”'“아, 네. 그럼.”'치윤은 홱 하고 돌아섰다. '‘웃지 말라니, 무섭다니? 저 자식이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