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났어? 와이프님?"'시우랑 나는 올 초에 혼인 신고를 했다. 법적으로는 부부였다. 하지만 우린 30년간 함께 있었던 소꿉친구. 시우는 나를 동정해서 혼인신고서에 사인한 것뿐이었다.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고, 부부의 잠자리를 한 적도 없고, 심지어 그 흔한 뽀뽀조차 한 적이 없었다. 올 초부터 연말인 지금까지. 부부 아닌 부부가 된 우리는 어설프게 가끔 ‘부부’라는 말만 올릴 뿐이었지. 아직도 상대방을 친구로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노처녀가 되어가는 나를 구제하기 위해 시우는 기꺼이 내 남편이 되는 것을 자처했다. 단순히 무너져가는 나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서. 나는 알고 있다. 시우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 깊게 배인 우리의 우정이 감히 사랑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언젠가 녀석에게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나는 순순히 물러나 줄 생각이다. 아무런 말없이 이혼신고서에 사인하고 도장을 찍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친구로 남을 생각이다. 우리는 이런 오묘한 관계이다. 친구에서 부부가 된 우리. 단 한 번도 몸을 뒤섞은 적이 없었고, 키스조차 해본 적이 없는 표면상의 부부. 우리는 결혼한 사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