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5. 3. 22. 사막으로 가는 45일전.'신사이바시 아케이드는 미로와도 같았다. 높게 솟은 유리 지붕으로 따뜻한 햇살이 들어왔다. 때문에 거리는 알맞게 더웠다. 터널 속을 오고 가는 사람들의 표정은 없었다. 크고 작은 그들 사이로 햄버거를 입에 물고 있는 수인이 있었다. 키가 작고 통통한 체형을 가진 수인은 철 지난 남색 프렌치 코트에 은색 스카프를 두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おはよう!)”'그녀는 손에 남은 햄버거를 한입에 쑤셔 넣고 이웃 상점 주인에게 인사했다. 푸근한 인상을 지닌 아저씨가 활짝 웃었다.'“어제와는 다른 아침이에요.”'방금까지 명랑했던 수인이 그렇게 말하고 얼굴이 일그러졌다. 짐짓 서둘러 걸었다. '수인이 터널 안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상가에서 나오는 열기와 천장에서 내리쬐는 햇볕으로 찜통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더운 기운도 느끼지 못하고 어딘가 넋을 놓고 있었다.'J전자 스토어 윈도우 안으로 점장과 낯선 사내가 보였다. 수인은 유리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 두 사람이 나누는 이야기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눈짓으로만 점장에게 인사했다. 그리고 곧장 탈의실로 들어갔다.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수인이 로커 문에 붙어 있는 거울 앞에 섰다. 찰랑대는 흑발을 하나로 모아 머리 밴드로 묶었다. 단정하게 머리를 손질하고 옷매무새를 바로 했다. 탄력 없는 뱃살이 불쑥 나와 유니폼이 꽉 끼어보였다. 그녀는 건조하게 배를 어루만지다 거울 속 얼굴을 뚫어지게 봤다. '‘우리 헤어지자.’'그 음성은 아직도 선명하게 들려왔다. 그녀는 감정을 실어 로커 문을 밀어 닫았다. '오사카 신사이바시에 있는 J 전자 스토어는 보통 세 개의 상점을 합쳐 놓은 매장으로 굉장히 컸다. 눈부신 조명 아래로 가정용 전자제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수인은 오픈하기 전에 청소부터 시작했다. 대걸레를 들고 반들반들한 바닥을 밀었다. 그러면서 점장과 낯선 사내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스프라이트 정장을 입은 사내는 거래처에서 온 사람이었다. '“오사카 상인에게는 한 가지 철칙이 있습니다. 하늘이 두 쪽 나도 노렌은 지킨다는 겁니다. 노렌은 곧 신용이거든요. 신용 없이는 이 바닥에서 성공하기 힘듭니다.”'“우리 제품의 신용도가 그렇게 낮습니까?”'“문제는 가격 경쟁력에서 떨어지고 애프터서비스가 부족합니다. 클레임이 발생했을 때 미스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겁니다.”'수인이 힐끗 사내를 훔쳐봤다. 사내는 입술을 오므리고 미간을 구겼다. 그러다 벽걸이형 PDP TV를 묵묵히 봤다. 한창 유가따를 입은 여가수가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녀는 대걸레를 밀며 사내의 뒤를 지나 윈도우 쪽으로 향했다. '건너편 빠징코 가게 앞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덩치 좋은 주인이 비쩍 마른 남자를 물리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른 아침부터 시작한 오락이 끝장을 본 모양이었다. 비쩍 마른 남자가 바닥으로 고꾸라지다 흐느껴 울어댔다. 행인들은 더러운 오물이라도 피하는 듯 멀찌감치 돌아서 걸었다. '‘우리 헤어지자.’'또렷한 음성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