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막''''''우르르르르…… 콰앙! 우르르…… 쾅쾅!''한 가닥 번개가 순간 세상을 밝게 비추는가 싶더니 잠시 후 세상은 온통 깜깜한 암흑천지로 돌변하여 사방은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암흑으로 가득 찼다. 그렇지 않아도 인기척조차 없는 깊은 산중엔 스산한 기운마저 감돌아 유하의 발걸음을 더욱 떨리게 하였다.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 보아도 지금부터 할 일은 참으로 하늘 보기 두렵고, 님 보기 또한 두려운 일인지라 유하의 발은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 ''''''어쩌나. 이를 어찌 해야 하나. 정말로 그 늙은 무녀 할망구의 말을 믿고 이대로 그 일을 해야 하나. 아니야, 아니야. 유하야, 한번만 눈을 감으면 평생 그이와 행복할 수 있어. 그래. 용기를 내서 해보는 거야. ''다시 한번 마음을 다지면서 유하는 떨리는 발에 젖 먹던 힘까지 실은 후 한 발짝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속절없이 흘러가는 와중에 하늘에선 마른벼락만 연신 쳐대어 그녀의 가슴은 누군가 쥐었다 놓았다 하는 것처럼 심하게 벌렁거렸다. 대체 그 할망구가 그녀에게 일러 준 그 귀인은 어디 가서나 만날 수 있는지 아무리 둘러보아도 기척조차 보이지 않았다. 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뻔한 게 한 두 번이 아니었고 짐승들의 울부짖는 소리에 놀라 허둥댄 것 또한 부지기수였다. 막 포기하고 돌아서려 할 때마다 기쁨으로 환하게 웃는 정인의 얼굴이 떠올라 그녀의 발목을 잡았고 유하는 떨리는 발걸음에 한층 힘을 실었다. 마침내 저 멀리 유난히 커다란 나무 둥치 아래 뭔가가 미약하게 꿈틀거리는 게 보이자 유하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틀림없어, 틀림없어. 저 사람이야. 무녀 할망구가 말한 그 사람이야. ''유하는 환희에 차 주저하지 않고 그 사람을 향해 내달렸다. 가까이 가서 보니 벼랑에서 떨어지기라도 했는지 간간이 비추이는 번개 밑에 나타나는 그의 몸은 온통 크고 작은 상처투성이였다. 유하는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온통 덮고 있는 산발한 머리카락을 치우려 했지만 이내 그만두었다. 어차피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그의 지위나 용모가 아닌 그가 가지고 있는 건강하고 튼튼한 씨일 뿐이었다. ''유하는 일에 들어가기에 앞서 사방을 둘러보며 조심스레 살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렇게 둘러보다. 그녀의 눈에반짝 이채가 스쳤다. 입구가 칡덩굴로 덮여진 조그만 동굴 하나가 눈에 띈 것이다. 저 정도면 이제부터 그녀가 할 남부끄러운 일을 아무도 보지 못할 것이다. 결심한 유하는 입술을 깨물며 사내의 다리를 들어 동굴 쪽으로 질질 끌었다. 사내의 몸은 그녀가 보아왔던 중에 가장 건장한 축에 속한 탓인지 동굴까지 옮기는 데는 무척 힘이 들었다. ''그것은 참으로 기괴한 광경이었다. 사방은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캄캄하기만 한데 사내는 정신을 잃은 채 누워 있고 그 앞의 여인은 간호할 생각은커녕 외려 사내의 기를 다 빨아들일 듯한 유혹적인 자태로 옷고름을 푸르고 있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여인의 눈동자는 슬픔과 비탄으로 가득 차 절대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사내의 입장에선 분명 상대 여인이 먼저 유혹한 것이고 자신은 그에 당한 것일 뿐이라고 할 만한 상황인 건 분명했다.''유하는 마지막으로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문 채 사내의 옷을 벗겨 하초가 드러나도록 했다. 순간 강렬한 사내 냄새가 풍겨왔고 이미 사내를 아는 유하의 몸은 살짝 달아올랐다. ''아니야, 이러면 안 돼! 난… 난… 이 자의 씨만 있으면 돼. 그것뿐인 것이야.''유하는 흔들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쓰며 반사적으로 치마 자락을 꼭 여며 쥐었다. 이왕지사 이리 된 거 일찍 끝내는 것이 행여 일어날지도 모르는 불상사를 막는 길이라 여긴 그녀는 서두르기로 마음먹었다. 유하는 장미화를 닮은 입술을 벌려 사내의 벗겨진 하초의 중심으로 갖다 대었다. 참으로 본능이란 대단한 힘을 가졌는지 정신을 잃은 사내였건만 여인의 입김이 닿자마자 그 사내의 중심은 우뚝 서는 게 아닌가. 유하는 더욱 대담하게 애무하며 사내를 더욱 성나게 만들었다. 그에 따라 어딘지 모르게 그녀의 몸 한 자락이 더워지는 듯도 했고 이 때문에 이는 수치심은 역설적으로 한층 더 그녀의 행위에 불을 붙였다. 사내의 몸은 실신 중에도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강렬한 쾌락으로 부르르 떨렸고 그 때마다 유하의 몸도 따라 흔들렸다. ''이윽고 유하는 이미 애액으로 가득한 그녀의 깊은 샘 입구를 사내의 중심에 맞추어 댔다. 눈을 꼭 감은 채 유하는 그녀의 몸을 아래로 힘차게 내렸다. 순간 뿌듯한 뭔가가 화끈하게 그녀의 안을 채우는 느낌에 눈을 크게 흡뜬 채 가는 신음을 흘렸다. 사내의 몸을 모르는 게 아니니 어째 이 사내의 몸이라고 특별할 이유가 있겠는가. 하지만 이어 오는 쾌락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어서 유하는 정신없이 상하운동을 시작했다. ''태초에는 그랬으리라……. 남녀 모두 인간으로서의 이성이 없이 오직 자손번식의 본능만이 있어 짐승과 다를 바 없던 시절엔……. 유하와 사내는 그에 다름 아니었다. 얼마나 그랬을까. 이윽고 유하의 몸 속 어딘 가에서 작은 폭발이 연달아 일어났고 그것들은 이윽고 천지가 울릴 정도의 폭발로 이어졌다. 동시에 사내 역시 분출의 쾌감을 맛보았는지 몇 차례 몸을 떤 후 축 늘어졌다. ''헉헉하는 신음을 삼켜 가며 유하는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 다시 단정하게 묶었다. 비록 원치 않았던 정사였지만 유하의 몸엔 사내가 남긴 쾌락의 흔적이 오랫동안 남을 터였다. 여전히 얼굴을 덮은 머리카락은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게 했지만 윤곽만으로도 사내는 충분히 귀골이었다. 물론 그건 이미 들어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에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었다. ''유하가 두려운 건 사내의 얼굴을 보게 되면 나중에 아이의 생부를 자꾸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였다. 행여나 그럴 일은 절대 없어야 했다. 아이의 아비는 하늘님 앞에서도 그가 아닌 그녀의 정인이어야 했으니까. 유하는 일어나 옷매무새를 고친 후 동굴을 나서기 직전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사내의 몸은 유하가 미리 준비해 온 덕에 깨끗하게 닦여진 채 모포가 단정히 덮여 있어 누가 보더라도 이 예기치 않은 정사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드디어 결심에서 실행까지 너무나 힘든 일을 끝낸 유하의 얼굴엔 뿌듯한 미소마저 떠올랐다. ''이젠…, 이젠…, 다 끝났어……. 아아…, 다 된 거야…….''유하는 기운이 없어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동굴을 나섰지만 마음만은 가벼워 하늘을 날 듯 했다. 이제 아무도 모르게 그와 그녀의 서옥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문득 사내의 얼굴이 한 번 더 보고 싶어진 그녀는 찰나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살그머니 고개를 뒤로 돌렸다.물론 사내는 여전히 기진한 채 자리에 누워 있었고 설령 일어난다 한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안심한 그녀는 한층 가벼워진 걸음으로 산 속을 빠져나갔다. 지금쯤 설아가 선잠에서 깨어 눈을 떴다면 자리를 비운 주인을 찾아 수선을 피울지도 모르니 더욱 걸음을 빨리 해야 했다.''하지만 그녀는 알지 못했다. 그 마지막의 망설임이 그녀와 그의 인연을 무로 돌리지 못하게 만들었음을. 그 또한 그 때는 알지 못했다. 진실로 그의 진정한 연분이 누구였는지를. 사내의 눈이 잠시 열렸다 금새 빛을 잃은 채 닫힌 것은 너무나 한순간이어서 사내도 여인도 당시엔 알지 못했다. ''그러나 망막에 남은 영상으로 사내는 여인의 존재를 기억했고 여인은 그렇게 사내의 마음에 남게 되었다. 여인이 미친 할망구라며 무시했던 늙은 무녀의 예언이 맞아떨어지게 되라고 그리 된 것이 아닐 것이다. 오직 하나 가능한 설명은 이들이야말로붉은 실로 맺어진 연분이라고 밖에는…….''''''''제 1 장 엇갈린 연분은 서로의 가슴에 화인(火印)으로 남다''제 2 장 멀리 떠난 사랑은 잊어버리고 가까운 사랑은 알지 못 하네''제 3 장 눈앞의 사랑과 등돌린 사랑''제 4 장 사랑이 익어 가는 모습은 그 연인들에게도 보이지 않는데''제 5 장 서로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증오하는 사람들''제 6 장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그대임을''제 7 장 어떤 기억은 차라리 존재하느니만 못하다''제 8 장 애달프구나, 태어나지 못하고 스러진 생명이여''제 9 장 님에게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한데 가시 덩굴은 웬 말인가''제 10 장 삶이 곧 즐거운 것도 아니오, 괴로운 것도 아니더라''제 11 장 큰 별이 떨어지니 주작이 날아오르다''제 12 장 핏빛으로 얼룩진 사랑은 누구의 죄도 아닌 것을''제 13 장 하늘로 돌아간 사랑, 땅에서 맺어진 사랑''에필로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