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준과의 생활은 생각보다 빠르게 자리를 잡아갔다.'그는 어느 면에서나 완벽한 남자… 남편처럼 행동했다. 마치 그의 지난 세월 동안 완벽한 남편과 완벽한 아빠가 되기 위한 준비를 마친 것처럼 현준은 어느 부분, 한 점 흠을 잡을 수 없을 만큼 빈틈없이 시원과 연후, 정후에게 스며들었다.'아이들은 새로 옮긴 유치원에도 무척 만족스러워 했다. 새로 사귄 친구들이나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종알거리면서 아이들은 집안의 공기를 한층 생기롭고 활기차게 만들어 갔다.'아무리 늦은 시간에도 수술을 해야 한다면 마다하지 않던 현준이었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어지간한 응급상황이 아니고서는 그 시간에 수술실이나 원장실에 머물고 있는 그를 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당연히 퇴근 시간 이후에 그가 어디서 머물고 있는지는 모든 병원 내 근무자들에게도 소문이 돌았고, 새삼스레 그의 펜트하우스에 머물고 있는 시원과 그 아이들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었다. '그러한 일련의 현상들을 두고 이래저래, 설왕설래 말이 많아졌다. '대부분은 늘 경직되고 딱딱하던 현준이 조금씩 인간적이고 온화한 모습으로 변화해 가는 것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병원 후문 가까이로 산책로를 겸한 작은 공원이 하나 만들어졌다.'내내 답답한 병원에서만 생활해야 하는 환자나 보호자, 그리고 병원 직원들도 모두 좋아라 산책하고 쉬었다 가곤 하는 장소가 되었다. '시원은 이전 같았다면 바쁜 일상에 치여 어려웠겠지만 지금은 제법 여유롭고 한가한 일상을 즐길 줄도 알게 되었다. '춘천댁에 떠밀려서 저물어가는 가을 햇빛을 즐기기 위해 산책로로 나온 시원이 낮은 나무에 가려진 벤치에 앉았다. '조금의 틈만 생겨도 시원의 모든 의식은 현준을 향해 달려갔다. '그날 새벽에도 현준은 오래도록 시원을 품에 안고 희롱하고, 절정에서 몸을 떨도록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