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종 5년, 석 달째 이어지는 유례없는 가뭄으로 온 나라는 시름에 젖어만 가고 있었다. 농사가 번성치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뭄으로 인하여 온 마을의 우물이 말라 버리는 일까지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었다. 마실 물도 부족해지는 지경에까지 이르자 일부에서는 나라에 망조가 드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조심스레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급기야 조정의 대소신료들은 이 일에 관하여 각계에서 올라온 상소문을 들고 편전에 들어 하늘이 부리는 농간에 대해 논의하기에 이르렀다.'“뭐라? 아직 비가 오지 않고 있단 말인가! 어허, 내가 하늘에게 무슨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비가 오지 않는 게냐!”'성종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골치가 아파져 미간을 찌푸린 채 이마를 짚었다. 자신이 어찌해 볼 수조차 없는 일에 대한 고민으로 머리가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천재지변이 마음처럼 어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왕의 부덕함이 하늘을 분노케 해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여기저기서 몰래 수군거리는 것을 모르지 않는 성종이었다. 그렇다고 하늘의 뜻대로 비가 내리기를 무턱대고 기다릴 수도 없는 실정이었다.'그 때 영의정 성문현이 고개를 조아리며 입을 열었다.'“전하, 이는 필시 때를 놓쳐 혼인을 못한 남녀가 많아서 그런 줄 아옵니다.”'성종의 고개가 퉁겨지듯 올랐다. 그리고는 무릎을 탁 쳤다. 머리에 번쩍하고 깨달음의 번개가 스치는 것만 같았다.'“오호라!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