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마님 어디다 숨겼어요? 바른대로 말 못해요?”'“우라질, 우리도 모른다니까 그러네. 알면 따라갔지, 호위가 여기에 이러고 있겠느냐고!”'“무슨 놈의 호위대장이 그 모양이에요? 주군께서 어디 가셨는지도 모르고!”'“작정하고 사라지신 걸 무슨 수로 아나?”'“몰라요. 우리 마마님 빨리 찾아내기나 해요!”'“쳇! 전하께서 잡아먹기라도 하나, 왜 이리 난리람.”'“흥, 사내가 다 거기서 거기지. 그쪽도 달 구경하자며 숲으로 데리고 가서…….”'화들짝 놀란 인걸은 얼른 단홍의 입을 막고는 주위를 살피며 눈을 부릅떴다. 어쩔 줄 몰라 당황하는 모습이 그저 우스운 단홍은 슬쩍 눈웃음을 쳤다.'서주성에 곡예단이 들어왔던 지난날, 은근한 설렘과 열정이 많은 이들의 가슴을 들뜨게 했던 그날에 그들은 서로에게 이끌리게 되었다. 단홍은 그를 처음 보고 세상에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놀랐더랬다. 기둥을 통째로 옮겨다 놓은 듯 우람한 데다 텁석부리에 퉁방울 같은 눈을 보고 참으로 무식하게 생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아이처럼 순진한 구석이 있고,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단홍은 그런 인걸이 차츰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은근한 눈빛을 보내 사내의 마음을 흔들어놓고 끝내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게 했다. 또한 며칠 전에는 끓어오르는 젊음을 이기지 못하고 깊은 남녀의 정까지 나누게 되니 인걸은 꼼짝없이 단홍의 수중에 떨어진 것이다. 그때부터 눈을 부라리며 무뚝뚝하게 굴던 사내는 길이 잘 든 강아지가 되어 단홍 앞에서 쩔쩔매기 시작했다. 그것이 재미있는 단홍은 노상 장난질로 그를 곤혹스럽게 했다.'“지금 그 얘기가 왜 나와?”'당황하는 인걸의 손을 치운 단홍이 되바라지게 소리쳤다.'“그러니까 우리 마마님 내놓으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