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년 개똥이가 사라진 지 벌써 아홉 달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녀를 추적하는 이들 역시 지칠 대로 지쳐 반포기 상태였고, 이제 성직의 집에서는 누구도 그 아이를 찾았는지에 대한 물음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녀는 지독한 노비의 사슬에서 탈출하는 듯 보였다.'지난겨울, 정확히 기억조차 나지 않는, 다른 날과 다름없었던 그날에 종년 개똥이 다른 노비들과 늦은 점심을 먹다 헛구역질을 한 것이 일의 시작이었다. 갓 스물을 넘긴 처녀가 애를 뱄으니 동네에 소문이 무성해지는 것은 당연했다. 그 소문은 처음에는 보잘 것 없는 것들이었지만, 입에서 입을 타고 돌아 주인집 아들 최성직이 겁탈을 했느니 하는 소리까지 나돌더니, 종당에는 그의 아비 최문수에게까지 전해졌다.'“종년 개똥이를 데려와라!”'그대로 끌려온 개똥은 최문수의 명에 의해 광에 갇혔고, 함께 광에 들어간 최문수와 최성직은 한식경 만에 광에서 나왔으나 개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날 광에 갇힌 개똥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는 이는 하나 없었지만, 그녀가 소리 소문 없이 홀연히 사라진 것이 그날 밤이었다. 도망을 쳤을 거라며 최문수의 명령으로 추격자가 따라붙었지만 매번 허탕을 치고 돌아오기 일쑤였다.'그렇게 아홉 번의 그믐이 지나자 이제는 최문수도, 그리고 진실을 아는 최성직도 슬슬 그녀를 잊어 갔다.'그러나 단 한 명. 석대만은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어디 피붙이도 하나 없는 아이인데다가 홀몸도 아닌 그녀를 잃은 채 그냥 있을 수는 없었다. 찾는다 해도 데려오지는 못하겠지만 어딘가 안전하게 있다는, 살아 있다는 확신이라도 얻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