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졸업식이 있던 2월 첫 주의 금요일. '설은 이제 다시는 만나지 못할 거란 생각에 근 2년간 마음에 묻어두기만 했던 말을 하기로 결심했다. 늘 달고 살던 결막염이 그날따라 유독 지독해서 눈을 제대로 뜨는 것부터 시작해, 말 한마디를 떠올리는 것조차 짜증스러울 만큼 두통이 심했지만 그래도 ‘그’를 다시 못 보게 되는 것보다는 견딜 만했다.'‘다시는 못 보게 된다니. 지독하군. 아쉬운 건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너 하나는 잃는 게 슬플 것 같아. 웃기지. 처음부터 넌 내 것이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나 혼자 널 내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니. 나 혼자서 널 내 마음속에 눈부신 꽃으로 키우고 있었다니. 어쩐지 엉큼해. 그렇지만 이걸로 마지막이 될 것 같아. 그러니까, 부디 기분 나빠하지 마. 웃기는 아이라고 생각하는 건 좋지만 기분 나쁜 아이라고 생각하지는 말길.’'신 같은 건 믿지 않았지만 그 순간만큼은 기도라도 하는 심정으로 누군가의 보살핌을 간절히 염원했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주 잡고 있는 두 손엔 빨갛게 힘이 들어갔다.'‘가버렸나? 그럴 리가. 이렇게 차가 여기 있는데. 근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람.’ '단정한 자세로 기다리고 있을 셈이었지만, 아직 2월이라 날이 몹시 추웠다. 입고 있던 하얀 코트는 따뜻한 양모 재질이었지만 그래도 설은 추위를 잘 타는 체질이라 자꾸만 몸이 움츠러들고 말았다. 결국엔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서 장갑을 끼고 오지 않은 ‘그’를 탓하면서 빨개진 두 손을 호호 불 수밖에 없었다.'그 때, 발소리가 들려왔다. '“거기에 그러고 있으면 차가 못 나가는데. 잠깐 비켜줄 수 없겠소, 학생?”'“아, 예. 죄송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