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청의 열다섯 살의 생일을 맞이할 즈음, 친족 만찬이 있었다. 일가친척들이 잔뜩 모인 자리에서 조부는 그에게 소원이 무엇이냐 물었다. '소청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빨리 죽는 거요.” '그의 조부인 윤모운은 껄껄거리며 웃었다. 소청의 많은 삼촌들은 그 웃음에 전염된 듯 웃었고 숙모들은 음모를 꾸미는 듯한 눈빛을 보냈으며 사촌들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시중을 들기 위해 서 있던 고용인들과 도우미들만이 동정의 눈빛을 보냈다. '“정말 멋진 소원이로구나.” '조부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찬사를 퍼부었다. 이에 뒤질세라 큰삼촌은 묘한 조소를 띤 얼굴로 말했다. '“네 소원, 빨리 이루어질지도 모른다.” '“어머, 그만하세요. 생일날 죽는다는 말이 어디 있어요?” '두 번째 숙모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큰삼촌을 타박했다. 두 번째 숙부는 얼마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떴지만 숙모는 오랜 별거 생활 덕분인지 전혀 슬퍼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리고 그들의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조부의 젊은 첩이 끼어들었다. '“소청아. 필요한 걸 말해주지 않아서 멋대로 선물을 준비했어. 최신형 노트북으로 샀으니 받아가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