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싫은 건 아니지?”'“그럴 리가 없잖아.”'현승의 말에 태경은 고개를 저으며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단 한 번도 현승이 싫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럼 됐어.”'“나한테 오빠는 남자라기보다는…… 그냥 편해. 나는 오빠가 그저 편하기만 해. 그래서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고민도 말할 수 있었던 거고.”'“그럼 앞으로는 날 남자로 보도록 노력해 봐. 편한 오빠가 아닌, 기댈 수 있는 남자로.”'앞으로는 자신을 남자로 봐 달라는 현승의 말에 태경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가 없었다. 지금 자신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아니, 앞으로도 사랑 따위는 하고 싶지 않았다.'“나한테 더 이상 남자는 필요 없어. 오빠가 내 옆에서 남자이기를 원한다면 나 앞으로 오빠 못 볼지도 몰라.”'자신의 말에 살짝 흔들리는 현승의 눈빛을 태경은 놓치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하게 있지만 지금 상처를 받고 있는 게 분명했다. 태경은 자신으로 인해서 누가 되었든 상처받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네가 날 남자로 볼 수 없는 이유가 나 자체에 있는 거니, 아니면 그 남자 때문이니?” '잔잔하게 부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렸다. 태경은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 고정시켰다. 이 바람에 영훈에 대한 미련과 사랑에 대한 두려움도 날려버릴 수 있었으면 좋을 것 같았다.'“둘 다 아니야. 나는 그저 사랑이 하기 싫을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