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흰은 자신이 잊고 있던 사실이 생각났다. 그는 이제 우리나라 30위 안에 드는 대기업의 총수가 되는 것이었다. 그를 몰래 바라보며 설레여 하던 일을 끝내야 할 때가 온 거라고 생각했다. 순간 넘볼 수 없는 그와 ……신분의 차이를 느끼게 되었다. 그의 말에 그녀가 아무런 대꾸도 없이 찻잔만 만지작거리자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그래서 ……왔어. 네 도움이 필요해.”'잔잔한 어투에 긴장감이 맴돌고 있음을 그녀는 알아차리지 못했다.'“뭐?”'그의 말에 놀라움이 일었다.'“네가 내 개인 비서 일을 맡아 줬으면 해.”'“비서?”'너무도 뜻밖의 말이었다.'“그래……그리고…….”'‘그리고…….’' 그는 한동안 뭔가를 말하려 했지만 쉽지 않은 듯 잠시 머뭇거렸다.'“그리고……내가 결혼을 해야 할 것 같다.”'순간 가슴에서 '쿵'하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내가 굳이 결혼을 해야 한다면……흠……흠……네가 적당하다는 생각이 든다.”'헛기침을 두 번 하고 나서 나온 그의 말은 너무도 충격적인 것이어서 자신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뭐?”'“부모님들께서도 은근히 바라시는 눈치시고, 이사진들 또한 내가 결혼해서 안정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입장들인 거 같은데……어차피 너하고 난 어려서부터 말이 있었으니 별 탈 없이 순조롭지 않을까 싶다. 네 의사를 물으러 왔어. 네게 시간을 주면 좋겠지만 시간이 그리 충분치가 않아서 말야.”'결혼을 하자는 사람은 많은 변명꺼리를 준비해 온 듯 했다.'“무슨 말인지……이해가 되질 않아.”'머리가 하얗게 바래지는 느낌이었다.'“내 말 들은 그대로야. 아버지 일도 그렇고……내가 회사를 이끌려면 결혼 하는 게 좋다는 견해들이니……결혼을 한다면 정혼자인 너와 하는 게 좋을 것 같단 말이지.”'조심스러움을 감추고 있던 단조로운 말들은 이내 확신이 차 보였다.'“……나는 이해가…….”'백지 상태인 머리 속관 달리 가슴 안은 심하게 요동을 치고 있었다. '“훗. 그래 당혹스럽겠지…… 몇 년 동안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지냈는데……갑자기 결혼을 하자고 하니…… 훗, 내가 생각해도 우습군.”'그의 미소가 어쩐지 씁쓸해 보였다. '“굳이 내가 아니라도…….”'자신이 아니라도 그 정도라면 얼마든지 결혼 상대자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슴은 아픔을 품고 있었다.'“아니. 네가 가장 적합해.”'말을 잘라가는 그의 음성은 딱딱했다.'‘적합해? 그냥 적합하니깐 결혼하자는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