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이른 아침, 재원은 엽탁의 시계를 본다. 7시 30분이다. 헤라는 어제 입던 원피스 그대로 재원의 품에 파고들어 곤하게 잠이 들어 있다. 그런데도 베란다 문을 열어 놓아서인지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재원이 살짝 몸을 틀어 일어나려 하자, 헤라가 허리에 두른 팔에 힘을 주며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고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재원이 다시 몸을 눕혔다. 어젯밤 몸을 뒤척이다 잠시 눈을 떴을 때 헤라가 옆에 있지 않단 사실을 알았지만 노곤함에 무거워지는 눈꺼풀은 그를 불안 속에 잠재우고 말았다. 헌데 아침에 눈을 뜨니 품속에 있다. 헤라의 숨결 속에서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봤다. 그러다 궁리를 해본다. 뉴욕에서 돌아와 청혼 할까? 아니면 다시 고백을 하고 스토커처럼 매일 달라붙어 있어 볼까? 그것도 안 되면 집으로 쳐들어가서 부모님께 무조건 인사를 해버릴까? 헤라를 달라고 졸라볼까? 그러다 이것저것 다 안 먹히면 납치라도 해서 외국에라도 나가볼까? 혹시? 가능하던, 가능치 않던 재원은 취 할 수 있는 방법은 모조리 해봤지만 정답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자신이 정말 이 여자에게 미쳐버렸다는 것만이 명확해 질 뿐 어디에도 답은 없는 게 현실 이었다. 더구나 외사랑 이라니! 헤라 앞에서 무너진 자신의 카리스마를 어떻게 회복해야 할지까지. 도저히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깼어요?”'정말로 한심한 처지다. 라 생각하던 순간, 느릿느릿한 헤라의 목소리가 재원을 불렀다.'“아까 깼어. 넌 더 잘래?”'“으음, 아니.”'고개를 젓는다.'“그럼 일어나자. 난 샤워 하고 싶은데. 네가 먼저 할래?”'재원이 몸을 일으키려 하자 헤라가 가슴을 눌러 다시 눕혔다. '“조금만 더 이러고 누워 있으면 안돼요? 아직 일어나고 싶지가 않아.”'“누구 덕에 지금까지 30분 째 뜬 눈으로 누워 있었어. 허리 아프단 말이야.”'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재원의 입에서 불퉁스런 소리가 나왔다.'“내가 키스 해줄게. 그 대신 10분 더 이러고 있어요. 우리! 응?”'그러나 이게 뭔 일인가? 그 퉁명스러움에도 헤라는 전에 없던 애교로 유혹을 해오는 것이 아닌가!'“너. 너 왜 이래? 갑자기 왜 안하던 짓이야?”'놀란 재원이 달라붙는 헤라의 몸을 손으로 밀쳐 두 눈을 들여다본다. 생글생글 거리는 검은 눈동자엔 자신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진 헤 라! 너 왜 이러는 거야? 겁결에 혼란에 휩싸인 재원은 헤라가 들이미는 입술을 손바닥으로 막아버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