쯤 왔으면 합격은 물 건너갔다고 생각한 송화는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피부가 안 좋은 게 부장님처럼 성격이 안 좋은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만?”''“뭐라고요?”''고은소 부장의 얼굴이 굳어졌다.''“이봐요. 진짜로 천지분간 못 하는 성격인 것 같은데, 떨어지고 싶은 겁니까?”''“걱정 마세요. 합격 안 시켜주셔도 괜찮으니까요.”''그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한참을 쳐다보았다.''“그럼 여긴 뭐 하러 온 겁니까? 취직하러 온 거 아니었나요?”''“물론 그러려고 왔죠. 근데 생각이 바뀌었어요. 고은소 부장님 같이 성격 더러운 분 밑에서 일할 생각을 하니까 끔찍하기 그지없어서요. 그래서야 어디 곁에 사람이 붙어 나겠습니까?”''진심이었다. 지난 번 회사에서도 툭하면 성희롱에 여직원 알기를 무슨 자기 하녀처럼 아는 부장 때문에 3년 동안을 참다 참다 못해 사표를 던지고 나온 것이 아니었던가. 송화가 코웃음을 치며 대꾸하자 고은소 부장의 우아한 얼굴이 노여움에 하얗게 질렸다.''“뭐, 뭐라고……?”''“솔직히 말씀해 보세요. 결혼은 하셨나요? 애인도 없죠? 하기야 그 성격에.”''넘겨짚어 본 건데 마침 정곡을 찔렸던 것일까. 하얗게 질렸던 얼굴이 이번에는 서서히 빨갛게 물드는 것을 송화는 흥미진진하게 쳐다보았다. 상대는 붉어진 얼굴로 한참 동안이나 아무 말도 없이 지그시 송화를 노려보았다.'“그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송화는 상대의 입에서 나가라는 말이 나오기 전에 먼저 그렇게 말한 뒤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흥!”''5번 지원자인 송화가 씩씩거리면서 거칠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회의실 밖에서 앉아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지원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로 쏠렸다. 그리고 송화가 그녀들 앞을 지나치려 했을 때,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윤송화 씨!”''뒤를 돌아보자 고은소가 문 밖까지 뒤따라 나와 있었다. 그가 다그치듯 말했다.''“후회 안 합니까?”''“뭘요?”''“방금 나한테 막말 한 거. 지금 사과하면 용서해 줄 수도 있어요.”''그 말에 송화는 잠시 흔들렸다. 그러나 곧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어차피 지금 사과해 봤자 합격은 이미 물 건너간 일이고, 괜히 자존심만 굽히는 꼴이 아닌가. 사과하는 대신 그녀는 생긋 웃으면서 그를 똑바로 쳐다보고 말했다. ''“용서 안 해 주셔도 돼요. 부장님 같은 분 밑에서 일하느니 차라리 계속 백수로 있는 게 마음 편할 것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