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다. 우애수.”'“……?”'옅은 주홍색 자몽 주스를 달그랑달그랑 저어대던 여자가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 고개를 번쩍 들고 소리쳤다. 도회적이고 약간 건조하다 싶은 여자의 목소리 끝에 아이 같은 즐거움이 대롱거렸다.'“예전에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라는 영화를 본 적 있었어요. 거기서 우애수가 나오거든요. 우애수가 맞죠? 뭐더라…… 무슨 약수를 더한 값이 일치하는 우주에서 단 한 쌍밖에 없는, 신이 맺어준 숫자라고 했는데…….”'단어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지 여자는 고운 미간에 살짝 주름을 잡으며 허공을 응시했다.'“진약수죠. 자신을 제외한 약수.”'여자의 고민을 간단하게 해결해 주고 진교는 여자의 얼굴을 새삼 다시 바라보았다. 여자가 우애수를 알고 있다는 것이 무척 뜻밖이었다.'“맞아요. 진약수요.”'짝, 소리 나게 박수를 치며 환하게 웃는 여자의 얼굴을 바라보며 진교는 무릎 위에 놓인 주먹에 살짝 힘을 주었다. 퐁당, 돌멩이가 빠져버린 연못처럼 알 수 없는 동심원이 가슴속에 계속 퍼져나가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