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되어 보이는 옷장, 그리고 쾌쾌한 냄새에 연희는 덮고 있던 이불을 치워버리고 천천히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지? '“이제야, 깼군.”'연희는 갑자기 자신의 앞으로 나타나는 남자에 자신도 모르게 반응하며 그의 복부를 걷어 차버렸다.'“윽……”'강현은 배를 부여잡고 벽에 기대었고 연희는 멍하니 그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봐! 지금 뭐하는 짓이야?”'“그, 그러는 당신이야 말로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거죠?”'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취해서 길바닥에서 잘 뻔했던 사람을 업어다 재워줬더니. 강현은 기가 막혔다. 덕분에 출근도 못하고 있건만. '“뭘 그렇게 노려보는 거죠?”'연희는 자신을 보는 눈앞의 남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건장한 체격에 날렵해 보이는 몸매, 짙은 눈썹과 깊은 눈동자. 아무렇게나 헝클어진 머리. 그리고 까무잡잡한 피부까지. 평범해 보이면서도 어딘지 눈빛이 매서워 보이는 남자였다. 혹시 흑곰 파? 아마도 그건 아닐 것이다. 그랬다면 뭔가 사단이 났어야 했지만 자신은 멀쩡했다.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그러는 아가씨야 말로 왜 그렇게 노려보는 거지?”'어깨 위로 흘러내린 긴 생머리와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한 피부에 오목조목 뚜렷한 이목구비. 가까이에서 보니 상당한 미인이었다. 옷이 저렇게 컸었나? 그는 그녀가 입고 있는 자신의 셔츠를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연희는 자신을 훑고 있는 그의 시선에 기분이 나빠져 눈살을 찌푸렸다. '“흠흠, 그렇게 노려보는 건 나중에 하고 배고플 텐데 밥이나 먹읍시다.”'“전 생각 없어요.”'강현은 딱 잘라 거절하고 있는 그녀를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싫음 말고, 근데 옷을 좀 걸치는 건 어때?”'연희는 그의 말에 의아하게 자신을 내려다보았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의 옷으로 보이는 커다란 셔츠 하나만 입고서 당당하게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말이다. '“……”'강현은 지난밤 그녀가 먹은걸 죄다 쏟아내는 통에 그대로 재울 수 없어 자신의 옷으로 갈아입혀주었었다. 하지만 그걸 알 길이 없는 연희는 강현을 금방이라도 죽일 듯 노려보며 주먹을 쥐고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잠깐! 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더러운 새끼”'그녀에 말에 황당해하던 강현은 뭐라 변명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주먹이 그의 얼굴로 날아들어 정확하게 코를 때리고 있었다.'“으윽!……너, 너! 죽고 싶어?”'순식간에 쌍코피가 흐르는 코를 부여잡고서 강현은 고통으로 신음했고 연희는 그것이 성에 안차는지 그를 걷어차 버렸다. '“흥, 그전에 내가 죽여 줄 테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