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미명이 나를 깨웠다. '아침이다. 나는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하고 계속 신음했다. 목도 컬컬하고 온 몸은 마치 제대로 붙어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새우잡이 배에 끌려가 제대로 밥도 못 먹고 2주 이상 혹사당하고 두들겨 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대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애써 눈을 뜨자 어젯밤 입었던 한줌이나 될법한 빨간 치마와 검은 블라우스가 갈가리 찢겨 있었다. 짐승에게 습격이라도 당한 것일까. '옷이 찢어진 건 둘째치더라도 온 몸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은 큰 문제였다. '“여! 깼나?” '응? 누가 있어? '나는 뻑뻑해서 제대로 돌아가지도 않는 고개를 돌려 퀸 사이즈의 침대 옆을 차지하고 있는 사내를 보았다. '노출증에라도 걸린 듯 벌거숭이 육체를 당당하게 드러내며 침대에서 일어나는 남자의 몸은 예술작품이 부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선을 갖고 있었다.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을 맞으면서 알몸으로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서 있는 남자. 그의 몸이 온통 황금빛으로 빛났다. '190센티 쯤 되는 가까운 키에 검고 긴 곱슬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그. 높다란 콧날과 인상적으로 날렵한 입술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분명 어젯밤 같이 밤을 보냈음이 분명했지만 그 느낌이 너무나 낯설었다.